▲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 소속 국립대병원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26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2차 공동파업 결의대회에서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국립대병원 파견·용역노동자가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 청소·주차·시설·식당·경비를 비롯한 업무를 하는 이들은 국립대병원과 파견·용역업체 간 계약이 대부분 만료되는 이달 안에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라고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와 민주일반연맹·공공운수노조는 26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2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에는 12개 국립대병원의 파견·용역노동자 1천명 정도가 파업을 하거나 연차를 내고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달 21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1차 공동파업을 했다.

정부는 2017년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발표했지만 현재까지 정규직 전환된 국립대병원 파견·용역노동자는 극소수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지난 21일 부산대치과병원이 노동자 9명을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한 것이 전부”라며 “3개 연맹·노조가 속한 13개 국립대병원의 파견·용역노동자는 5천명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파견·용역노동자 “비닐장갑 하나로 주삿바늘 만진다”

이날 결의대회 문화공연은 조합원들의 참여로 꾸며졌다. 빨간 조끼를 입고 나온 6명의 노동자는 <노래가락 차차차>를 개사한 노래를 선보였다. “반대 반대 자회사 전환/ 자회사는 꼼수 정규직/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 희망고문 벌써 2년째/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눈물나게 서럽다 차차차”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을 담은 노래가락에 흥겨운 트로트 리듬이 더해지자 참석자들은 흥에 겨운 듯 손뼉을 치며 어깨를 들썩였다. 몇몇 노동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행사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파견·용역직으로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경북대병원에서 10년 동안 미화 업무를 했다는 A씨는 “우리는 비닐장갑 하나로 주삿바늘통까지 다 만진다”며 “감염자들이 사용한 주삿바늘도 있을 텐데 이야기를 안 해 주니까, 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우리는 못 배우고 밑바닥 일을 하다 보니 간호사를 비롯해 병원의 다른 모든 정규직들에게 무시를 당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정규직 만들어 준다고 약속했으니까, 정규직 닮은 거라도 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대구에서 이곳까지 왔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환자이송 업무를 하는 B씨는 “직접고용 노동자인 줄 알고 입사했는데 파견직이었다”며 “환자들을 이송할 때 감염환자를 제외하고는 장갑도 못 껴서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직접고용돼서 근무조건과 관련해 더 많은 논의들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부산대병원 노조간부 27일부터 단식농성 돌입

이날 3개 노조·연맹 대표자들은 청와대에 대정부 촉구서를 제출했다. 촉구서에는 △자회사 전환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할 것 △모든 국립대병원 파견·용역직의 정규직 전환 완료시점을 6월 말로 못 박고 더 이상의 계약연장은 안 된다는 지침을 확고하게 표명할 것 △6월 내 직접고용 전환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사업 추진과 예산 집행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포함한 실질적 행정조치를 발동할 것 등이 명시됐다.

한편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장과 손상량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비정규직지부 시설분회장은 27일부터 부산대병원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다. 정재범 지부장은 “이달 말이면 부산대병원과 대부분 용역업체들과의 계약이 만료되지만 변한 것이 없다”며 “노사는 이달 초에 직접고용과 관련해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회의도 두 차례 거쳤지만 사측이 자회사 전환 관련 컨설팅 결과를 검토해야 한다며 다음달에 입장을 내겠다고 해서 조정회의가 중지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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