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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파업 기로에 선 우정노동자 "집배인력 증원하라"쟁의행위 찬반투표 가결 … 7월6일 파업 출정식 열고 9일 전면파업 돌입
▲ 한국노총

우정노조(위원장 이동호)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노조는 쟁의조정 기간인 26일까지 우정사업본부와의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다음달 9일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집배원이 우편배달을 멈추게 되면 135년 우정사업 사상 처음이자, 노조 출범 61년 만의 첫 파업으로 기록된다.

조합원 93% 파업 찬성
"인력증원·토요택배 폐지 약속 지켜라"


노조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4일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우체국에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 결과 조합원 2만8천802명 중 2만5천247명(92.87%)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전체 조합원의 94%인 2만7천184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동호 위원장은 "압도적 찬성 배경은 과로로 죽어 가는 집배원을 살려 달라는 열망이 그만큼 뜨겁다는 의미"라며 "우리 요구는 노사가 이미 합의한 집배원 인력증원과 완전한 주 5일제 약속을 지키라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더 이상 죽어 가는 집배원을 지켜볼 수 없다"며 "우정사업본부와 정부가 전향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7월6일 파업 출정식을 열고 9일부터 일손을 놓겠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재정위기라서 곤란"
'흑자인데 적자인' 우정사업본부 회계구조 바꿔야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집배원의 과중한 업무부담 해소를 위해 우정사업본부 재정위기에도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파업이 가결됐다"며 "실제 파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남은 기간 동안 대화를 지속해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편사업 적자를 이유로 노조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우편사업에서 1천45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적자 폭이 2천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와 달리 각종 고지서가 이메일이나 문자서비스·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대체되면서 우편물량이 급감한 탓이다. 우편물량은 지난 5년간 11억1천만통 감소했다. 전체 물량의 22.5%가 줄어든 것이다.

노조는 "우편물량이 줄어든다고 집배노동자의 업무강도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돼 택배가 늘어나고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노동강도는 오히려 세졌다는 것이다. 대신 노조는 "우정사업본부 재정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편사업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우정사업본부가 적자인 것은 아니다. 예금·보험·투자 등 금융사업에서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다. 자산 124조원을 보유한 우정사업본부는 국내 주식시장 큰손으로 분류된다. 2017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예금사업에서 2천200억원, 보험사업에서 3천700억원 등 금융 분야에서만 5천억원 넘는 흑자를 냈다. 이렇게 나온 수익은 정부가 일반회계로 전출한다. 우정사업본부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2조8천억원이 국고로 들어갔다.

노조는 우편사업을 국민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로 유지하려면 현재 특별회계로 돼 있는 우정사업본부 회계를 국민 세금이 지원될 수 있는 일반회계로 바꾸거나, 특별회계를 유지하더라도 금융 분야에서 수익금 전출이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바꿔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우정노조

과기정통부 "조직진단이 먼저, 예산 확정 힘들다"
전문가 "과로사로 죽지 않도록 인력투입 계획이라도 밝혀야"


이동호 위원장은 "지난해 추경에서 집배원 1천명 증원을 위한 예산편성 논의가 이뤄졌으나 막판에 행정안전부가 예산보다 인력증원이 우선이라는 원칙을 내세워 무산됐다"며 "올해 들어 9명이 과로사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만큼 국회가 열리는 대로 집배원 증원에 대한 추경 편성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집배인력을 지금보다 1천명 늘리는 데 필요한 예산을 40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날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비슷한 주문이 나왔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과 김종훈 민중당 의원 등이 추경 목록에 반영되지 않은 집배원 증원 문제를 지적했다.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이와 관련해 "행안부에서 실시하는 우정사업본부 인력과 조직진단이 이뤄지지 않아 예산 증액을 확정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지난해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장을 맡았던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우편사업 적자는 집배원이 일을 잘 못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노 소장은 "법률이나 절차 문제로 당장 인력증원이 어렵다면 행안부를 포함한 정부부처가 적어도 집배원이 과로사로 죽지 않을 수 있도록 최소한 인력투입 계획이라도 밝히고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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