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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유가족들이 호소합니다 ⑤] 허망하게 자식 잃는 부모가 생기지 않게 해 달라이상영씨(제주 현장실습생 이민호군 아버지)

“김용균 없는 김용균법.” 정부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을 두고 노동계와 노동안전단체가 하는 말이다. 위험의 외주화로 비정규 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르는데 입법예고안이 산재 원인인 외주화를 막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산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생각도 다르지 않다. 정부에 의견서도 내고 기자회견도 하고 청와대를 찾아 호소도 한다. 제발 하위법령을 제대로 개정하라고. 다시는 김용균 동료들의 죽음을 보지 않게 해 달라고. 태안 화력발전소 노동자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 건설노동자 김태규씨 누나 김도현씨, 삼성전자 노동자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 제주 현장실습생 이민호군 아버지 이상영씨가 글을 보내왔다.<편집자>

▲ 이상영씨(제주 현장실습생 이민호군 아버지)

우리 민호는 제주 특성화고에 재학 중이던 2017년 제이크리에이션이라는 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생수 포장하는 기계에 눌려 생을 마감했다. 사고 후 만난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 사람들에게 사고 원인을 의문점 없이 밝혀 달라고 그렇게 부탁했는데, 결국 의문투성이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덮어 버리는 노동부에 “무슨 나라가 사고 조사를 이런 식으로 하느냐”고 항의해도 소용이 없었다. 우리 가족들은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하고 그대로 삶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더구나 지난 1월 제이크리에이션 사업주에게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공장장도 집행유예, 법인인 제이크리에이션은 벌금 2천만원 내는 게 전부였다. 몇 만원짜리 센서만 제대로 달았어도, 자꾸 고장 나는 기계를 제대로 수리하고 일을 시키기만 했어도, 고등학교 실습생에게 지도하고 감독하는 노동자를 한 명만 붙여 줬어도 우리 아이는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 간단한 안전조치도 하지 않아 우리 아이를 죽게 한 사업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이 전부다.

민호를 보내고 1년의 시간이 지난 후 용균이 사고가 났다. 용균이 엄마와 여러분들이 애를 써서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겨우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열악한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 우리 민호처럼 어린 노동자들이 조금이라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했다. 모든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겠구나 했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었다. 용균이 법에 용균이는 없었다. 용균이는 비정규직으로 위험한 일을 하다 사망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그 위험의 외주화를 막을 수 있는 법이라고, ‘김용균법’이라고도 불렀다. 하지만 용균이의 일이 외주화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법 입법예고안에 있던 하한형 처벌은 국무회의에서 삭제됐고, 통과된 법에서도 사망사고를 낸 기업주에게 제대로 된 처벌을 하는 조항이 사라졌다.

게다가 지난 4월에 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입법예고안을 보면 더욱 실망스러운 마음뿐이다.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지는 못해도 하위법령에서는 승인이라도 받게 해 감시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마저도 빠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왜 그런 엉터리 법을 통과시켰는지 국회에 묻고 싶고, 심지어 노동자 안전을 지키겠답시고 이런 엉터리 시행령을 내놓은 노동부에 묻고 싶다. 여러 차례 안전한 사회를 강조한 대통령께 답변을 듣고 싶다. 이 법은 용균이를 위한 법인가? 이 법은 모든 노동자를 위한 법인가? 이 법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온전히 지킬 수 있는 법인가?

이렇게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일터에는 단지 노동자들만 일하지 않는다. 우리 민호 같은 특성화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새롭게 추진되는 도제학교라는 이름으로, 이런 위험한 일터에 값싼 노동력으로 제공되고 있다. 노동자를 희생시키면서 그 희생을 방관하면서 공장을 돌려야만 운영이 된다면 그 공장은 문을 닫게 해야 마땅하다. 이윤과 생명을 맞바꾸는 공장과 기업들이 이 사회에 대다수라면 이 사회는 정말 엉망진창이라고 본다. 또한 이 중요한 시기에 그런 자들이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제어하지 못한다면,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없다면 정말 구제불능 사회라고밖에 볼 수 없다.

이 정부는 상식이 통한다고 생각했다. 대통령의 말씀들도 지금까지는 큰 위로였고, 희망이 됐다. 하지만 강력한 처벌규정이 국무회의에서 삭제되고, 급기야 국민이 통과시킨 산업안전보건법을 정부가 나서서 망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졸속으로 시작한 일학습병행 도제제도를 전면도입해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안전이 보장되지도 않는 현장에 이전보다 더 빨리, 더 어린 학생들을 일터로 내보내려 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이제라도 대통령께서 바로잡아야 한다. 우리 아이들과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만든 산업안전보건법이 이렇게 훼손되는 걸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다.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약속한 대로 산재를 일으킨 사업주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법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일상에서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산업안전보건법이 필요하다. 진짜 김용균법이 돼야 한다. 다시 한 번 대통령께 부탁드린다. 다시는 우리처럼 허망하게 자식을 잃는 부모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이상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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