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오표 공인노무사(발전노조 법규국장)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9조의4에는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공정대표의무를 규정하면서 그 차별에 대해 노동위원회에 공정대표의무 위반 시정을 신청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공정대표의무는 2011년 7월 기업 단위 복수노조 설립을 허용하는 대신 사용자의 교섭비용 절감 등을 위해 강제된 창구단일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에게 부과된 차별금지 제도다. 복수노조 시대에 노동조합이 기본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공정함이 필요한 부분은 노조사무실 제공과 유급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다. 실제 노조사무실과 타임오프와 관련된 신청사건이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공정대표의무 위반사건 중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는 발전노조 법규국장으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노동자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발전노조는 2001년 4월 한국전력에서 분사해 설립된 5개 발전회사 노동자를 중심으로 2001년 7월 설립된 소산업별 노동조합이다. 5개 발전회사에는 복수노조 허용 이후 사용자 지원으로 기업별노조가 설립됐고, 어느덧 기업별노조는 과반수노동조합이 돼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갖게 됐다. 기업별노조 중 하나가 타임오프를 배분하면서 조합원수가 아닌 교섭대표노조임을 이유로 우선 배분(20%) 방식을 도입했다. 전체 타임오프 시간 중 교섭대표노조에게 20%를 우선 배분한 후 나머지 시간을 조합원수로 나누는 방식이다. 발전노조는 이에 대해 시정신청을 했으나 노동위원회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그 후 2개의 기업별노조가 우선 배분을 도입하더니 심지어 우선 배분 비율을 35%로 늘리기까지 했다.

발전노조는 다시 노동위원회에 타임오프의 우선 배분이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니 시정해 달라는 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판정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으로 인정했다. 즉 중앙노동위는 우선 배정한 것에 관해 관계 법령의 취지를 고려할 때 우선 배정하는 타임오프 시간은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이어야 하고, 타임오프 제도는 노동조합 전임자로 하여금 임금 손실 없이 사용자와 협의·교섭, 고충처리, 산업안전 활동 등 노조활동 및 노동조합 유지·관리업무를 확보해 주기 위한 것이므로 교섭대표노조가 아닌 노동조합의 경우에도 위와 같은 조합활동에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교섭대표노조가 전체 노동조합을 위한 활동에 사용하는 타임오프 시간을 전년(2천160시간) 대비 79.6%가 증가한 3천880시간(전체 타임오프 시간 한도의 35.6%)을 우선 배정한 것에 관해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므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중앙노동위 재심판정으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재심판정은 우선 배분 비율을 정한 것이 아니라 35.6%의 우선 배분이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판단한 것이기에 교섭대표노조와 사용자는 타임오프의 우선 배분 비율을 35.6%에서 조금 낮게 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발전노조는 그 우선 배분 비율이 부당하다고 여기면 다시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게 될 것이다. 발전노조가 공정(公正)의 혜택을 언제 누리게 될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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