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청와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노동존중 사회를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김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노정관계 파탄 위기에 놓이게 됐다. <자료사진 청와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문재인 정부 ‘노동존중 사회’가 기로에 섰다. 참여정부 시절처럼 노정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른다.

김 위원장이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반대해 국회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불법행위를 주도한 혐의로 지난 21일 구속됐다. 민주노총은 24일 오전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 노동탄압에 대한 전면투쟁”을 선언했다.

“노동정책 기조 변화가 사법부에 시그널 줬다”

김 위원장 구속은 이례적이다. 경찰 수사를 성실히 받았고,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법원에도 출석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울남부지법은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병욱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민주노총 위원장이 도주할 데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한 뒤 “이미 민주노총 간부들이 구속돼 있고 자료도 상당히 수집돼 있어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 만큼 구속까지 할 사안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도 예상하지 못한 듯 당황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 구속이 가져올 파장을 잘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년간 공들인 노동존중 사회를 위한 사회적 대화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탓이다.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김 위원장 구속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사법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우선 청와대와 정부의 책임론이 제기된다. 사법부 결정이 나오기까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 변화와 일련의 메시지가 원인을 제공했다는 시각이다.

문재인 정부 2년차 들어 정부·여당이 앞장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탄력근로제 확대를 추진했다. 노동정책 기조변화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보수적인 언론과 야당이 민주노총에 뭇매를 때릴 때 청와대와 여당 고위인사들은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 냈다. 이런 것들이 사법부가 내셔널센터 위원장을 구속하는 과정에서 시그널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영훈 정의당 노동이당당한나라본부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은 법원 결정이라서 무관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비겁한 변명”이라며 “전례 없이 자진출두한 내셔널센터 대표자에게 도망이 우려된다며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 자체가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컨트롤타워 부재 속 ‘상황 관리’ 실패한 정부

김명환 위원장은 민주노총 내에서 문재인 정부와 보폭을 맞추고 사회적 대화를 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한 나라 내셔널센터 위원장이고, 경찰 수사까지 성실히 받은 사람이다. 더구나 한국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을 비준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구속했을 때 불어닥칠 후폭풍을 감안한 사회적 메시지가 청와대와 정부·여당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과거 정부에서는 정부가 메시지를 못 내면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했는데 그런 상황 관리가 전혀 없었다”며 “문재인 정부에 컨트롤타워가 없어 이번 결과를 두고 책임 있는 답변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 구속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노총과 문재인 정부 사이가 벌어졌을 때 누가 웃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참여정부 때처럼 노정관계 파탄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국제노동단체도 우려의 뜻을 전했다. 샤란 버로우 국제노총(ITUC) 사무총장은 23일 민주노총에 보낸 서한에서 “한국 정부가 체포와 구속을 통해 정당한 노조활동을 범죄화해 노조간부들에 대한 사법적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광표 소장은 “김명환 위원장 구속문제는 도미노처럼 파장이 큰 사안”이라며 “문제가 있더라도 (원인과 배경 등) 그 과정을 살펴봐야 하고, 무엇보다 내셔널센터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 소장은 “이럴 때일수록 민주노총과 정부는 냉각기를 갖고 상호 평가와 관계 정립을 다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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