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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준우승이 남긴 과제
▲ 정윤수 축구평론가

“그저 계속 뛰었던 경기 중 하나로 생각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기가 쉽지는 않다.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우크라이나와 결승전을 앞두고 이강인이 한 말이다. 18세!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선수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이강인의 담대한 자신감은 물론 U-20 축구 대표팀의 분위기를 보여 준다.

그도 그럴 것이 정정용 감독이 이끈 이번 대표팀에게 훈련이나 대회는 ‘즐기는’ 과정들이었다. 실제로 음악을 들으면서 전술 훈련을 하기도 했고 골을 획득했을 때나 승리했을 때 거침없이 그 기쁨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세네갈전에서 아름다운 승리를 거두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는 웃음과 노래가 끝나지 않는 거대한 이동 노래방이었다.

선수들이 ‘감독님’ 보다는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정정용 감독의 친화력 높은 리더십이 팀 분위기를 형성했지만 여기에는 그동안 대한축구협회가 꾸준히 시도한 여러 제도와 과학이라는 바탕이 있었다.

과도하고 비정상적인 경쟁에 어린 소년들이 매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실시한 유소년 주말리그제, 일반 학교 수업처럼 연령대별로 정해진 기술을 체계적으로 습득하도록 한 표준화 방식, 뛰어난 선수들을 권역별로 체계화해 안정적으로 성장하도록 한 시스템, 프로 구단이 의무적으로 초등에서 고등에 이르는 연령별 유소년팀을 운영하도록 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인 것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두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술연구그룹(TSG·Technical Study Group)이 현지에서 활동한 것도 큰 효과를 봤다.

이렇게 제도와 기술 측면에서 한국 축구는 상당한 발전을 했고 이것이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이번 U-20 대회 준우승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러한 측면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거니와 이제부터는 좀더 다양한 측면의 변화와 발전이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운동을 한다는 것은 여타 사회관계와 일정하게 단절되는 것을 뜻한다. 어릴 때부터 능력이 뛰어난 학생선수들이 여러 훈련 여건, 대회, 수직적 관계 등에 의해 또래 집단으로부터 분리될 수밖에 없으며 장차 국가대표가 돼서는 그 분리가 더 고착화한다. 국가대표가 직업이 아닌 이상 언젠가 은퇴를 하게 되는데, 그 이후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사회와 지속적으로 분리돼 여러 사회적 문제에 노출되고 또 그 문제들이 유혹하는 바에 이끌리는 상황도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국가대표는 20대 전후에 가능하며, 선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고 활동 기간은 매우 짧다. 운동만 열심히 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지난 시대의 ‘사회적 약속’은 단지 그 폐단과 문제들 때문만이 아니라 급변하는 스포츠 세계의 상황에 의해 점점 더 실현되기 어렵다.

이는 신념이나 희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냉정하고도 객관적으로 다가온 현실의 문제다. 현재도 운동선수 생활을 하다가 국내외에서 실업선수나 프로선수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전체 운동선수 중 5%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95% 이상은 고교 졸업 후 사회의 전반적 흐름에서 낙오되거나 운동과 전혀 관련없는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생활한다(중앙대학교 학교체육연구소, 2012).

이러한 측면만이 아니라 21세기 세계 스포츠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국제사회에서 스포츠의 가치를 확산하고 그에 따라 자신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강화하고자 한다. 스포츠가 지닌 풍부한 잠재력을 바탕으로 유엔(UN)과의 공조를 강화해 스포츠를 통한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것이 가능한 까닭은, 스포츠가 국가적·문화적·인종적·종교적·경제적·정치적 차이를 넘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사회문화적 가치를 지니며 그 비언어적 특성에 의해 특정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 의사소통이 가능해 전지구적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다양한 현안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IOC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비정부기구(NGO)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사회공헌 활동을 증진해 스포츠를 통한 사회 변화에 앞장선다고 표현했다. 지난 2014년 4월 IOC는 유엔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우정과 존중, 선수의 건강 보호, 양성평등 보장, 전 세계 선수들의 훈련과 대회 참가의 보장, 평화의 증진, 스포츠를 통한 교육과 문화의 가치 등이 그 목표다.

이 목표에 따라 IOC의 모든 사업이 수립된다. 선수들은 높은 수준의 스포츠 시설을 이용하고 전문 코치에게서 지도 및 적절한 의료 검진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장애인·여성·성적 소수자 등이 차별 없이 스포츠와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스포츠·교육·문화 사이의 상호 작용을 강화하고 올림픽 교육을 통한 스포츠와 신체활동에 대한 가치와 흥미를 고취하며 스포츠와 문화·예술 영역 간 교류를 촉진하는 것도 IOC의 원칙이 요구하는 목표다. 올림픽대회 등을 통해 이를 구현하는 데 있어 지구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고 그 도시와 대회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것, 나아가 스포츠를 통해 국제분쟁을 해소하고 평화를 증진하는 것이 IOC의 역할이다.

바로 이러한 세계로 우리의 젊은 선수들이 진출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국가대표’는 직업이 아니다.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은퇴 이후 삶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이제는 선수들이 대표팀에 발탁돼, 이를테면 진천선수촌 같은 곳에서 장기간 훈련하고 생활하는 것이 더 이상 자신의 사회적 관계나 가족 관계로부터 단절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지도자의 사회관계와 가족 일상성이 유지되고 어린 선수들의 다양한 삶의 관계가 유지돼 그야말로 최고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에 맞게 폭넓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존중받아야 한다. 국가대표를 그만둔 이후에도 다양한 사회관계 안에 ‘뿌리내리고’ 살아가야 한다. 더 나아가 스포츠를 통해 사회에, 그리고 더 넓게는 세계에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것 또한 이른바 ‘선수 출신’에 의해 이뤄질 때 더 아름답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정윤수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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