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100주년을 맞아 ‘일의 미래를 위한 ILO 100주년 선언’을 채택했다.

ILO는 1944년 발표한 국제노동기구의 목적에 관한 필라델피아 선언을 잇고,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이번 선언을 준비했다.

필라델피아 선언은 "항구적 평화는 사회정의 기초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역사상 처음으로 인정했다. 대량생산체제로 들어선 당시 경제상황도 반영했다. ILO는 이번 100주년 선언에서 디지털 시대에 초점을 맞췄다. 기술변화뿐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 기후 변화, 세계화 같은 ‘일의 미래 변화’에 ‘인간중심 전략’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ILO는 4개 장으로 구성된 선언에서 “헌장이 부여한 임수를 수행하는 데 있어 일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심각한 변화를 고려하고 일의 미래에 대한 인간중심 접근법을 개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모든 노동자들의 기술·역량·자격습득 촉진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민간부문 역할 지원 △남녀 동일노동 동일임금 △비공식경제의 공식경제 전환 △노동력 국제이동 확대를 제안했다.

ILO는 또 “일의 세계에서의 변화에 따른 기회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인간역량을 강화한다”고 선언했다. “모든 노동자들은 양질의 일자리 의제에 부합되게 적절히 보호돼야 한다”며 노동자 기본권리 존중, 충분한 최저임금, 최대노동시간에 대한 규제, 일터 내 산업안전을 고려하도록 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ILO는 지난달 공개한 초안에 “산업안전보건은 1998년 채택한 ‘일터에서의 기본원칙과 권리에 관한 선언문’에 명시된 권리에 추가되는 일터에서의 기본원칙이며 권리”라는 내용을 담았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100주년 선언의 핵심으로 꼽았다. 적정임금이나 최대노동시간 규제까지 노동의 기본원칙과 권리에 포함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 관련 문구는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조건은 양질의 일자리를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수정한 배경을 놓고 추후 논란이 예상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ILO 100주년 선언을 어떻게 평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8년 만에 새 협약 ‘눈길’
가정·직장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목적 

ILO가 21일 채택한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협약·권고는 회원국이 직장은 물론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괴롭힘을 철폐하고, 예방대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직장내’ 폭력이나 괴롭힘으로 표현하지 않고 ‘일의 세계’라고 명시한 배경이다. 가정에서 발생한 폭력이 직장생활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 것이다. 협약·권고를 심사한 기준설정위원회 첫 회의가 열린 지난 10일에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노사정 대표단 앞에서 증언을 했다.

일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 근절 협약은 △폭력과 괴롭힘에 대한 정의 △보호대상 △폭력과 괴롭힘 방지를 위한 회원국 의무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구제·신고·분쟁해결 절차를 담고 있다. 국내법이나 관습이 정한 노동자뿐 아니라 자원봉사자·구직자까지 보호대상으로 정했다.

이번 협약 채택은 2011년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189호)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2개 회원국이 비준하고 나서 12개월이 지나면 190호 협약이 된다. 

김학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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