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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먼저인가 질 높은 공공서비스가 먼저인가
▲ 김형탁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국제공공노련(PSI) 사무총장인 로사 파바넬리가 영국 비영리 시민언론단체 <오픈데모크라시(openDemocracy)>에 올린 글을 소개하려 한다. 로사 사무총장은 노동운동가들에게 보편적 기본소득이 가지고 있는 함정을 제대로 볼 것을 주문하고, 지금 당면한 과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소득 이야기가 마치 유행처럼 되고 있기에 또 다른 시각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기술 억만장자부터 사회주의 지도자들까지 보편적 기본소득은 정치적 스펙트럼을 뛰어넘어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있다. 소득이나 직업·지위와 상관없이 살아가기에 충분한 금액을 모든 사람들에게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기본소득 메커니즘은 사회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품위 있는 표준적인 삶을 보증하는 주요 정책의 하나로 점차 권장되고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을 하는 많은 이들이 이 주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국제공공노련과 신경제학재단(NEF)이 함께 이 이슈로 인도부터 알래스카까지 14개 국가·도시를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비록 보편적 기본소득이 일과 복지의 성격에 가치 있는 영감을 제공했지만 우리 시대의 핵심 도전, 즉 불평등·부의 재분배·불안정 노동·디지털화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뛰어난 도구라는 증거는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연구에 따르면 가난한 이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그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은 우파 정치인들이 강변하는 불필요한 소비나 게으름을 증가시키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가난한 이들의 윤리성을 폄하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 지출은 불가피하게 선택 문제에 부딪힌다. 그리고 좀 더 보편적이고 질 높은 공공서비스에 기금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하면, 보편적 기본소득은 축적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주택가격 상승에 맞춰 미혼모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질 높은 공공주택을 제공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다. 차를 구매하도록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것은 무료 공공 교통수단을 제공하는 것보다 진보적이지 않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보편적이고 충분하게 제공하는 모델은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고,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제공하는 모델은 보편성이 없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위한 국제적 평균 비용은 국내총생산의 32.7%가 될 것이라고 추정한다. 현재 국제 평균 정부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33.5%다.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공공재정을 극적으로 증가시키기 전까지는 보편적 기본소득 프로그램은 주요 공공서비스의 대폭적인 삭감을 필요로 한다. 기본소득 운동의 많은 이들이 행정지출 절감과 기본소득에서 발생하는 예방적 방법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공공 건강·교육·시설들을 위해 상당한 재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런 방법들로 기본소득 재원을 충분히 만들 수 없다.

사실 불평등과 싸우는 가장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건강과 교육 같은 공공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무상 공공서비스는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며, 가난한 이들에게는 효용이 더욱 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공공적으로 제공된 보편적 서비스는 가난한 이들에게 그들의 세후 소득의 76%에 상당하는 금액을 추가로 제공한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정치적 진공 공간에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일단 정착되면 국가의 의무가 충족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때는 소비자 시민이 “서비스 제품”을 시장에서 사게 된다. 보편적 기본소득의 유명한 옹호자들 중 많은 이들이 마크 저커버그와 일론 머스크처럼 실리콘밸리의 기술 억만장자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동화가 곧 보편적 기본소득을 필수적 제도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술발전과 불평등은 인간의 통제 밖 영역이 아니다. 많은 경우 불안정 노동의 증가는 노동 규율을 무시하는 우버 같은 기업들이 만든 결과이지 새로운 기술 때문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보편적 기본소득은 탈규제와 착취에 대한 항복이지 해결책이 아니다.

많은 직업들이 자동화되지만 그렇다고 일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2035년까지 1천290만명의 보건노동자가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2030년까지 6천900만명의 교사를 채용해야 한다. 가난을 끝내고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얻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일’이 필요한데, 단지 시장만으로는 그 기금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많은 보편적 기본소득 주창자들은 권력과 부와 자원을 재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없는 보편적 기본소득은 신자유주의자의 천국을 만든다. 불평등에 싸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기금을 증가시키도록 정치를 움직여야 한다. 그들이 공공의 건강·운송·주택·교육에 기금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 아니겠는가. 무상으로 제공되는 보편적이고 질 높은 공공서비스는 싸울 가치가 있는 근본적 요구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주창하는 진보주의자들에게 제안한다. 먼저 이 싸움에서 이기자.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htkim82@gmail.com)

김형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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