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이달 12일 장애인일반노조 준비위원회가 출범했다. 준비위는 제안서에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노동의 정의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본의 잣대가 아니라 우리는 산 노동을 추구해야 한다. 최중증장애인에게는 존재하는 것 자체가 노동이다. 우리의 몸은 자본주의를 거부한다. 빠른 속도에 맞춰 노동할 수 없기에 새로운 노동의 정의가 필요하다. 각자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각자에게는 필요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자본주의는 효율성과 경쟁력을 중심으로 노동을 평가한다. 그런데 장애인 노동자들은 그에 대해 질문한다. “왜 효율성과 경쟁력이 노동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하는가. 살아 있는 노동 그 자체가 존중될 수는 없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헌법 32조는 모든 국민이 ‘근로의 권리’를 가지며,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헌법 34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특히 장애인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즉 헌법에 의해 장애인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노동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으며, 국가는 이를 위해 특별히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장애인들은 먹고살기 위해서도 노동을 해야 하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엄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노동을 하고자 한다. 장애인의 노동은 ‘권리’이기에 경쟁력이 없다는 이유로 함부로 노동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장애인의무고용 제도로 장애인이 노동할 권리를 보장한다고 하지만, 정부조차도 장애인의무고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18년 장애인 의무고용사업체의 고용현황’에 따르면 장애인의무고용 이행 기업 비율은 45.5%였다. 국가·지방자치단체 공무원 부문의 장애인 고용률은 2.78%로, 의무고용률 3.2%에 못 미쳤다. 17개 시·도교육청은 모두 장애인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았다. 정부가 장애인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으니 민간기업이 지키도록 강제하기는 어렵다. 1천인 이상 기업의 경우에도 장애인의무고용을 지킨 기업은 26.5%에 불과했다.

어렵게 들어간 일터에서도 장애인 차별이 지속된다. 장애인 노동자는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을 경우’ 노동부 장관의 인가로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이 된다. 노동부의 ‘2016년 장애인 통계’에 따르면 법정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장애인 노동자는 4명 중 1명꼴이다. 2017년 기준 중증장애인의 평균시급은 비장애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천100원 수준이었다. 최저임금의 목적은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하는 것”이다. 저임금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큰 노동자들을 저임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제도인 것이다. 중증장애인들도 자신의 노동으로 자립할 수 있을 만큼의 임금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장애인을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임금으로는 먹고살 수 없어 정부의 시혜에 기대게 만든다.

장애인의 노동을 시혜로 여기는 인식 때문에 노조할 권리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 올해 5월1일 한세대학교에서 시각장애인인 비정규 노동자가 해고됐다. 입사할 때 2년 후 평가를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약속했지만, 이 노동자는 평가조차 받지 못한 채 해고됐다. 연봉 1천800만원인 이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기 위해 해고하면서도 학교는 교비 2천500만원을 들여 곳곳에 백일홍을 심었다 한다. 이사장의 아들은 선교비 유용혐의를 받고 있어도 자연스럽게 이사로 선임되는데, 열심히 일한 장애인 노동자는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하고 내쫓겼다. 대학노조는 노조 가입이 해고 사유라고 추측한다.

이런 현실이기에 장애인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장애인일반노조 준비위는 단지 ‘일할 권리’나 ‘차별받지 않을 권리’만을 위해서 싸우는 것은 아니라고 선언한다. 장애인일반노조 준비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자본에 이윤을 갖다주는 노동이 아니라 저희의 몸에 맞는 노동을 쟁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동자들의 몸에 맞는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장애인일반노조가 만들고자 하는 노동현장의 모습이다. 장애인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거리가 사람 중심의 거리이듯, 장애인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현장이 모든 노동자들에게 안전한 현장이 될 것이다. 이런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윤과 효율성 중심으로 노동을 평가하는 이 사회 자체를 바꾸고자 하는 장애인일반노조의 활동을 응원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