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는 올해 4월 은행과 육아휴직 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것에 합의했다. 은행권 최초의 일이다. 바뀐 제도는 7월부터 시행된다. 지부는 이를 계기로 최근 시작된 2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은행에 대규모 신규인력 채용을 요구했다. 육아휴직으로 빈 자리를 청년 일자리로 채우자는 취지다. 조합원 노동강도 또한 완화할 수 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다. 정부가 인력을 통제한다. 지부는 상반기에 국책금융기관 최초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시도했다가 현실 벽에 부딪혔다. 이번에는 인력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는 것을 시도한다. 지부의 계속되는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 있는 지부사무실에서 김형선(42·사진) 위원장을 만났다.

- 신규인력 채용을 추진하는 배경을 설명한다면.
“기업은행은 국내 은행 중에서 3년 연속 생산성 1위를 기록했다. 조합원들의 노동강도가 굉장히 세다. 이를 줄이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신규인력 채용 추진의 근본 취지다.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국정과제에 기업은행이 화답하자는 뜻도 있다. 기업은행 노사는 선도적으로 육아휴직을 3년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출산율 제고라는 거대담론을 따르고,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며, 기업은행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하려면 신규인력을 뽑아야 한다.”

- 신규채용 규모는 얼마나 될 것 같나.
“직원 1명이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1.3명의 인력채용 여력이 생긴다. 신입 인건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하반기 200~300명이 3년으로 확대된 육아휴직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400명 정도를 신규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7월부터 금융·보험업에도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이 적용된다. 주어진 시간에 업무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노동강도가 가중될 수 있다. 이것까지 감안해 신규인력 600명 채용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올해 400명을 신규채용하는데, 이와 구분되는 별개의 요구다.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 않나. 기업은행 사례가 좋은 예시가 돼 전체 금융권으로 확대됐으면 한다.”

- 지부 요구에 대해 은행측은 어떤 입장인가.
“일주일 전 시작된 2분기 노사협의회에서 신규인력 채용을 1호 안건으로 제시했다. 공공기관이다 보니 정부가 인력을 통제한다. 은행장이 금융위에 상황을 전달하고 추가 정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부도 금융위와 청와대 일자리수석실 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 정부가 인력을 통제하다 보니 일에 맞춰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맞춰 일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가 8월께 은행들의 일자리 창출 기여도를 평가한 결과를 내놓겠다고 한다. 기업은행은 금융위에 속한 기관이다. 금융위가 통제를 완화해 자신에게 속한 은행부터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유도해야 하지 않겠나.”

- 박근혜 정부가 축소한 조합원 건강권 원상회복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책금융기관노조협의회 차원에서 기획재정부 등과 접촉했더니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공무원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바꿀 수 없다고 한다. 불가피하게 휴가나눔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음달 복직을 앞둔 중증환자가 3명이다. 이들의 생명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13일 은행장을 만나 합의를 도출했다. 노조 수출입은행지부가 도입한 것과 유사한 제도인데, 시간외수당 대신 받은 보상휴가를 아픈 동료들에게 기부하는 방식이다. 지부 입장에서는 고육지책이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40~50대의 어깨가 어찌 보면 청년의 그것보다 무거울 수 있다. 정부는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방만경영’을 앞세워 공공기관 노동자들의 복지를 대폭 축소했다. 당시 기업은행 인병휴직 기간이 '요양기간'에서 '2년'으로 줄어들었다. 김형선 위원장은 “지금껏 추진한 노동이사제나 청년일자리 창출이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닿아 있는데도 공공기관노조 대표로서 이를 제도화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나 금융당국이 말로만 혁신을 앞세울 것이 아니라 현장 노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근본적인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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