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진영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대상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9. 5. 14. 선고 2016나2087702 판결


Ⅰ. 문제의 소재

임금체계가 다양한 현실에서 일정 임금의 경우 그 지급을 재직에 연동하는 조건은 무효이고 따라서 통상임금의 고정성이 충족된다는 주장이 가능한가? 대상판결은 하나의 임금이 아닌 두 임금(기본성과연봉·내부평가성과연봉)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기고정급으로 보고 정기고정급에 부가된 재직자조건이 무효이며 따라서 고정성이 충족된다고 판단했다.


Ⅱ.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및 법원의 판단

1. 해당 임금의 사실관계

임금은 기본연봉, 성과연봉(기본성과연봉·내부평가성과연봉·외부평가성과연봉), 연봉외수당(시간외수당 등)으로 구성되고 매월 임금은 ① 기본연봉을 12개월로 나눈 금액인 ‘기본연봉월액’과 ② 통상임금에 비례해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성과연봉’ 내지 내부 경영실적평가 결과에 따라 지급하나 그 최소한도는 보장되는 ‘내부평가성과연봉’이 있다. ‘기본연봉월액’만 통상임금이고 ‘기본성과연봉 내지 내부평가성과연봉’에는 지급일 재직조건이 있다. ‘기본성과연봉’과 ‘내부평가성과연봉의 최소한도’는 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일정액이 지급되고, 기본성과연봉이 지급되지 않는 달에 ‘내부평가성과연봉의 최소한도’가 지급되며, 두 임금은 기본연봉월액의 50% 이상의 금액1)으로 매월 임금의 일정 수준을 담당한다.

2.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단2) 

서울중앙지법은 최저임금법상 기준에 미달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지급일 재직조건 부가 자체가 강행규정에 위배되지 않고 유효하며, 따라서 위 두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봤다. 재직자조건은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도록 하는 약정으로 근로기준법 7조 강제근로의 금지에 위배되고, 근로기준법 20조 위약예정의 금지를 잠탈하며, 근로기준법 95조 감급의 한도에 위배되거나 유노동 유임금·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반해 무효라는 주장에 대해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최저임금법은 일정 단위의 근로시간에 대해 최소한으로 보장돼야 할 임금의 수준을, 근로기준법은 통화불·직접불 등 임금지급의 방법과 법정수당의 산정기준 등만을 정하고 있을 뿐 이들 법령 또한 임금 지급과 관련한 기타 사항은 규율하지 않고 있는 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수당 모두가 반드시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돼야 할 필연성이나 당위성을 인정할 근거는 없으므로, 근로의 대가로 지급될 임금의 액수는 물론 지급조건(단순히 시간에 비례해 지급할 것인지, 업적·성과를 반영해 지급할 것인지, 반영한다면 그 정도와 방법을 어떻게 할지), 임금지급의 기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의 지급형태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근로자가 해당 기준기간에 지급받은 나머지 임금총액이 최저임금법상 기준에 미달한다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고 했다.

3. 2심 서울고등법원의 판단

이와 달리 서울고법은 ‘성과연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나, 기본성과연봉과 내부평가성과연봉 중 최소보장 부분은 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지급되는 정기고정급으로, 이에 부가된 지급일 기준 재직자조건은 지급일 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까지도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한 무효이고, 재직자조건이 무효인 이상 두 임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확정적으로 지급되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으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직자조건을 무효로 본 이유에 대해 “1) 정기고정급은 임금, 즉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므로 정기고정급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의 퇴직 전 자신이 실제로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정기고정급에 대해서는 근로의 대가로서 당연히 그 지급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2) 정기고정급에 부가된 재직자조건은 그날그날의 근로제공에 의해 이미 발생한 임금을 그 이후의 실제 지급일에 이르러 재직이라는 사실에 따라 지급 여부만을 정하는 조건이다. 유효한 취업규칙이나 개별적 근로계약 등에 재직자조건이 규정된 경우에도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부분을 지급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근로제공 대가로 지급받아야 할 임금을 사전에 포기하게 하는 것으로서 무효다. 3) 근로자와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임금의 지급조건을 정할 수 있음에도 기본급에 재직자조건을 부가해 기본급 부분도 지급하지 않는 것을 유효하다고 보는 견해는 상정하기 어렵다. 이것은 단순히 최저임금법 위반 가능성이 있기 때문만이 아니라, 임금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계약관계에서 지급되는 반대급부인 금품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며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는 근본 목적이라는 점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정기고정급도 일정한 금액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돼 근로자의 생활유지를 위한 안정적인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기본급과 다를 바 없다. 이 사건의 경우 정기고정급의 액수가 기본연봉월액의 600% 이상으로 전체 임금에서 정기고정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월할 정기고정급이 기본연봉월액의 50% 이상일 뿐만 아니라, 기본성과연봉이 지급되지 않는 월에 내부평가성과연봉이 지급되는 식으로 위 각 임금이 교차해 지급됨에 따라 정기고정급이 매월 지급된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근로자의 생활유지를 위한 주된 원천이 된다는 측면에서 기본성과연봉과 내부평가성과연봉이 근로자에 대해 가지는 의미는 기본급과 다를 수가 없다. 정기고정급이 기본급에 준하는 임금으로서의 실질을 가진다고 보는 이상 재직자조건의 유효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기본급과 정기고정급을 달리 취급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4) 정기고정급에 재직자조건을 부가하는 목적 내지 필요성으로 주장되는 것은 근로자의 계속근로 장려다. 정기고정급에 재직자조건을 부가해 이미 근로를 제공한 부분에 대해서도 정기고정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근로의 대가로 이미 발생해 후불돼야 하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종의 제재적인 수단을 사용해 근로자의 계속근로를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며, 근로자 입장에서는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해 발생한 임금의 상실이라는 금전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원하지 않더라도 정기고정급 지급일까지 계속근로를 제공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이미 발생한 후불임금인 정기고정급의 부지급이라는 경제적 구속을 통해 근로자의 계속근로를 확보하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당하고 합리적인 수단이 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근로를 강요하지 못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7조 및 임금보호를 위한 각종 관계법령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월 단위로 계산한 정기고정급 액수가 기본연봉월액의 50% 내외에 이르는 바, 정기고정급 산정기간 내내 근로를 제공했음에도 지급일에 재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와 같이 큰 금액의 급여를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근로자측의 불이익을 합리화할 수 있는 사용자측의 그 밖의 이익이나 필요성으로 무엇이 있는지 상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Ⅲ. 대상판결에 대한 검토

지급일 재직조건이 무효가 되는 범위에 대한 시각 차이로 판결 결과가 달라졌다. 1심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수당 모두가 반드시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돼야 할 필연성이나 당위성을 인정할 근거는 없으므로, 지급조건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 최저임금법에 반하지 않는 한 재직자조건은 유효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심은 근로자에 대해 기본급의 의미를 갖는 임금에 부가된 재직자조건은 무효가 된다는 입장에 서 있다. 기본연봉월액의 50% 이상이고 매월 지급되는 고정급은 근로자의 생활유지를 위한 주된 원천이 된다는 측면에서 기본급과 다를 수 없고 이에 부가된 지급일 재직조건은 무효라고 봤다. ‘기본성과연봉’과 ‘내부평가성과연봉의 최소한도’가 근로자들의 ‘소정근로에 대응’해 근로자들에게 ‘비슷한 수준의 월급’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 기본적 생활유지의 수단을 담당하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한 가지 임금이 아닌, 명칭이 다르고 금액이 다른 두 임금이 교차 지급되는 사안에서 이 두 임금이 함께 갖는 의미를 따졌다. 정기상여금 사안인 세아베스틸 사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임금의 보장을 통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유지·보장하려는 노동법의 법리는 노동법 전반을 관통한다. 단지 몇 가지 직접적 규정에만 쓰여 있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법 등 강행법규에 직접적으로 위반하지 않으면 재직자조건이 유효해 해당 임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본다면,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해 제공되는 연장근로 등에 대해 사용자에게 금전적 부담을 가함으로써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억제하는 한편 근로자에게 더 큰 피로와 긴장을 주고 근로자가 누릴 수 있는 생활상의 자유시간을 제한하므로 이에 상응하는 금전적 보상을 해 주려는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가 없다.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상당한 금액을 차지하는 매월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에 대해 무조건 재직자조건을 붙여 통상임금 해당성을 회피하려는 현실의 세태를 막을 수 없다. 이상한 현실에 제동을 거는 고등법원 판단이 나와 다행이다.


<각주>
1) 기본성과연봉은 기본연봉월액의 55%, 내부평가성과연봉의 최소한도는 기본연봉월액의 65%=D등급 260%÷4
2)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1. 17. 선고 2014가합30945 판결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