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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설 재론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빌 클린턴이 조지 부시와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사용한 것이다. 빌 클린턴은 대선에서 외치보다 내치가 중요하고, 내치 안에서 물질적 삶의 문제인 경제가 비물질적 문제보다 더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포착해 경제문제를 우선하는 선거전략으로 걸프전을 승리로 이끈 유력후보 부시를 꺾었다.

문재인 정권은 꼭 그때의 부시 같다. 문재인 정권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북유럽 3국 순방에서도 주로 그 얘기를 했다. 노르웨이에서는 ‘오슬로포럼’ 기조연설을 했는데,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한반도 평화 구현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스웨덴 의회에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신뢰’를 주제로 연설했다. 이에 앞서 11일에는 핀란드 주요 원로 지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더구나 복지국가 모델로 유명한 북유럽에 갔는데 북유럽의 복지국가 모델을 본받겠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 대신에 혁신·포용·혁신성장·4차 산업혁명 등 신자유주의 의제를 본받겠다는 얘기만 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자유주의 보수정권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는 정치군부 하나회를 척결함으로써 집권 초 90%가 넘는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대처리즘을 흉내 내 ‘한국병’ 운운하며 노동자에게 고통을 강요하다가 1996~1997년 노동법 날치기 반대 총파업을 맞아 휘청한 다음, 97년 경제관리를 방기한 탓으로 외환위기 사태를 맞아 폭망했다. 덕분에 김대중 정권이 등장했으나 김대중 정권 또한 경제를 뒷전으로 미루고 남북관계 개선에 집중해 정권의 업적으로 남기고자 했다. 그러면서 경제에서는 빅딜로 재벌 구하기와 정리해고제·파견법 등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정권 말기 지지율이 폭락했다. 노무현 후보의 7% 성장 공약과 야권 단일화 정치공학이 없었다면 정권은 수구보수로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간신히 집권한 노무현 정권 또한 행로가 전임자들과 비슷했다. 노무현 정권은 ‘좌파 신자유주의’ 운운하며 신자유주의 집행자 노릇을 하면서 정권의 업적을 탈권위주의에서 찾고자 했다. 노무현 정권은 말기에 스스로 폐족이라고 부를 지경이 됐다. 결국 정권을 수구보수 이명박 정권에게 헌납했다.

이에서 보듯이 자유주의 보수정권들은 하나같이 경제문제를 다른 문제보다 덜 중요시하거나 경제문제를 중시하더라도 민생경제가 아니라 자본경제를 중시했다. 정권 초기에는 높은 지지를 받다가 후기로 가면서 지지를 잃어 정권 위기를 초래했다. 이번에도 그런 실패가 되풀이되는 듯하다. 이는 그들이 노동자·민중의 지지를 받아 집권한 후 노동자·민중을 정치·경제적으로 배제한 데 따른 필연적 결과다.

한국 경제는 지난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이 -0.4%를 기록했다. 이 같은 마이너스 경제성장은 심각한 자본축적의 위기다.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 성장률(-3.2%) 이후 41분기 만에 최저치다. 더구나 이런 마이너스 성장은 경제의 전 부문에 걸친 부진 때문에 일어났다. 수출주도형 경제에서 수출(-3.2%)이 부진했다. 분배양극화로 민간소비(0.1%)도 부진했다. 이에 영향을 받아 제조업(-3.3%)도 부진했다. 그에 따라 설비투자(-9.1%)와 건설투자(-0.8%) 등 투자도 부진했다. 한국 경제의 연간 성장률은 2017년 3.0%였으나 2018년 2.7%로 하락했고 올해 성장률은 2.2~2.4%로 전망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 이 같은 성장률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자본축적 위기는 민생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가계소득이 늘지 않고 소득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2018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60만6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실질기준 1.8% 증가에 그쳤다(명목기준 3.6%). 실질 경제성장률 2.7%에 못 미친다. 이는 평균치에 불과하다. 하위계층 사정은 매우 열악하다. 소득 하위 1분위의 경우 월평균 소득은 123만8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7% 감소했다. 5분위는 932만4천원으로 10.4% 증가했다. 이렇게 민생위기가 악화하고 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통계작성 방법 탓만 했다. 고용사정도 날로 악화하고 있다. 실업률은 4%대로 굳어져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더구나 단시간 고용이 늘어나는 등 고용의 질이 저하되고 있으며,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은 25%에 이른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6월 최근 경제동향’을 설명하면서 수출·투자는 부진하지만 생산은 완만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며 “불확실성 탓에 앞날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위기를 두고 위기로 인식하지 못하니 갑갑하다 못해 한심하다.

경제위기를 바라보는 입장은 자본측과 노동측이 동일하지 않다. 자본은 자본축적 위기를 경제위기로 본다. 노동은 고용과 임금 등 민생위기를 경제위기로 본다. 하지만 이 둘은 맞물려서 진행된다. 자본축적이 위기일 때 고용과 임금에 악영향을 미쳐 민생위기를 낳는다. 이런 측면에서 강조점은 다르지만 현실인식에서 공통되는 바가 있다. 그러나 처방으로 가면 전혀 딴판이다. 자본측은 자본축적 회복을 위해 착취활동의 자유와 착취도의 제고를 요구한다. 반대로 노동은 경제·민생위기의 원인이 자본의 과잉착취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착취활동의 제한과 착취도의 저하를 요구한다.

자유주의 보수정권은 어느 쪽인가? 자본축적 위기가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자본의 대변자가 돼 노동법 개악을 도모하는 등 착취활동의 자유화와 착취도의 제고를 추진한다.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으니 노동과 자본 어느 쪽 지지도 받지 못한다. 앞날이 불 보듯 뻔하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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