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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실업부조에만 만족할 수 있겠냐고
▲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2010년 창립한 청년유니온이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서 있는지, 얼마만큼의 성과를 남겼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최근 가진 적이 있었다. 창립총회 자료집을 들여다보는데 당시 청년유니온은 최저임금 인상운동과 더불어 실업부조 도입운동 또한 핵심사업으로 규정했다. 지난 4일 정부가 한국형 실업부조를 도입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업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은 비용 낭비라며 실업부조 도입이 번번이 막혔다. 일을 통해 물질적 필요와 정신적 풍요를 지탱하게 만들어 줄 양질의 일자리를 구현하고, 여기에 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을 펼친다는 건 노동시장 밖에 있는 사람들까지 포용하는 노력이 반드시 함께 따라와야 한다. 이 사회적 권리 실현을 위해 청년유니온을 비롯한 수많은 청년단체들이 끊임없이 요구했다. 서울시가 선제적으로 청년수당을 도입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선 청년구직활동 지원금을 비롯해 이제는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게 된 실업부조를 도입한 건 중대한 진전이라 볼 수 있다.

정부에서 설계한 실업부조가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완해야 할 과제들도 있어 보인다. 최근 2년 동안 취업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예산 범위 이내에서 선발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나 중위소득 50% 이하로 지원 대상이 좁게 설정된 부분, 최장 6개월이란 짧은 기간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봤을 때 아쉬운 부분이다. 나아가 직업교육 제공을 비롯한 고용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은 채 적극적 구직을 조건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은 오히려 제도 취지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실업부조 도입이 발표되자마자 역시나 언론은 난리다. ‘현금수당 난민’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노골적으로 공격한다. 보수정당은 ‘땜질식 처방’이라며 경제위기를 운운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공격하는 것처럼 진영논리로 담론을 장악하려는 정치·경제권력과 논쟁을 하는 것도 이제는 촌스러울 지경이다.

이제는 질문을 바꿀 때가 됐다. 실업상태에 놓인 사람들에게 6개월간 50만원을 주네, 마네 하는 힘 빠지는 논쟁을 이제는 종결하자. 그리고 과거보다 훨씬 더 큰 사이즈의 정책을 요구하고, 권리의 개념을 확장하며, 더 나은 대안을 그려 나가기 위한 진전된 사회적 논쟁에 불을 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실업부조 도입 발표가 불과 일주일 전이었는데 너무 앞서 나가는 소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업부조 도입이 역사적으론 중대한 진전일 수도 있겠으나, 불안정한 노동과 삶에 시달리는 청년들도 중대하게 체감하고 있는지는 매우 회의적이다.

청년수당이나 실업부조를 비롯해 청년당사자들이 정책을 체감할 수 없어 실패했다는 결론을 내리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업에 고용이 되지 않았어도 국가가 일시적 소득을 지급함으로써 일정 수준의 안전망이 확충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 효과다.

진짜 문제는 우리들이 처한 사회적 상황과 미래에 예측되는 문제들에 관한 정책 속도는 너무나 더디다는 것이다. 사회 진입을 준비하는, 일자리를 구했으나 빠르게 튕겨 나와 다시 다음을 고민해야 할 청년세대 입장에선 특히 그렇다. 부모세대에게서 내려오는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이 자식세대인 청년들 삶의 수준을 결정할 확률이 대단히 높아지고 있고, 다차원적 격차가 발생됨으로써 미래의 가능성보다도 현재의 좌절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몇 개월간 일정 수준의 소득이 보장된다고 해결할 수 없는, 사회·경제구조를 획기적으로 뒤흔들어야만 할 문제라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상위 소수의 부는 브레이크 없이 빠르게 늘어나고, 다수 중하위 계층의 삶이 나아지는 속도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준으로 느리다.

여전히 최저임금 인상은 필요하나 이전 시기처럼 비인간적 임금수준에선 벗어났으며, 보완할 과제들은 있으나 실업부조도 곧 도입될 예정이다. 2010년 청년유니온을 창립하며 주요하게 내세웠던 요구들이 약 10년이 지나서야 달성돼 나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그래도 다행이란 생각도 들지만, 노동시장 내외부에서 온갖 요소들이 맞물리며 나타나고 있는 불평등 문제가 청년세대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 확실한 건 지금 우리들이 이렇게 외쳐 나갈 때 분명 더 나은 가능성이 열리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어떻게 실업부조에만 만족할 수 있겠냐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사회에서 배제된 수많은 사람들과의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결정의 책임 주체로 충분히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cheol3710@hanmail.net)

김병철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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