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가 가입자망을 관리하는 도급업체 노동자들을 파견노동자로 활용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하청업체 노동자에게 이메일로, 메신저로 업무지시를 하고 아침마다 회의를 열어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도급업체는 물품뿐만 아니라 사무실까지 무상으로 사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대기업 통신업체가 협력업체 노동자를 도급으로 위장해 활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고용노동부는 LG유플러스 근로감독에서 불법파견 사실을 확인했고, LG유플러스는 해당 노동자를 직접고용했다. 불법적 고용형태가 만연해 있다는 뜻인데, 원청이 업무를 지휘·감독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반복되는 통신대기업 불법파견 관행을 막을 해법은 없을까.

 

▲ 추혜선 정의당 의원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하고 SKB는 직접고용하라
추혜선 정의당 의원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는 가입자망을 관리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다고 판단할 소지가 충분하다. 업무지시와 보고, 회의 주관, 물품·사무실 무상 제공, 물품관리 등의 주체가 SK브로드밴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LG유플러스 수탁사에 대해 불법파견으로 판단했던 이유와 전혀 다르지 않다. 업무 성격과 내용도 거의 같다. 노동부가 빠르게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물론 노동부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SK브로드밴드가 스스로 이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발표하는 것이 더욱 합당하다.

통신업계의 이런 왜곡된 고용구조는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다. 다행히 통신망의 최종 단계인 가입자회선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한 이후 그 실태가 드러났고 직접고용 내지 원청 자회사로 전환하는 등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가입자회선 이전 단계인 망 관리 노동자들은 여전히 불법파견의 그늘에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활용 분야가 넓어지고 혁신이 빨라질수록 통신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기술 도입과 유지·보수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곧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숙련, 새로운 기술 습득을 위한 교육, 발 빠른 업무지시와 수행 등을 필요로 한다. 통신사가 직접고용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들이다. 그런데 왜 망의 안정성을 관리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모든 권한을 휘두르면서도 안정적인 고용구조만은 책임지려 하지 않는가. 외부의 지적이 있을 때만 찔끔찔끔 고치는 나쁜 버릇은 이제 그만 버리고 결단을 해야 한다.

 

▲ 나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불법도급으로 노동자·소비자 ‘이중피해’ 사회적 관심 필요
나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

통신업계를 비롯한 가전·방송·케이블 업계의 서비스·유지·보수 시스템이 도급관계로 운영되는 것 자체가 불법이다. 원청에서 구축한 장비·시스템을 서비스·유지·보수하기 위해서는 원청의 기술과 장비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청은 서비스 불량을 분석해 수리·유지·보수 가이드를 만들고 직접 기술교육을 한다. 협력업체 스스로 불량을 파악하고 가이드를 만들고 교육하는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업무지시는 원청이 한다. 통신·케이블·방송·가전 등 서비스·유지·보수업무 자체가 도급으로 운영될 수 없는 업무환경인 셈이다. 협력업체는 단순한 노무관리만 수행하는 그냥 ‘인력업체’일 뿐이다. 그럼에도 도급형태로 유지하는 것은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노무관리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값싼 노동력을 장시간 노동으로 착취하기 위해서다.

최근 통신업계 하청노동자들이 일하다 사고를 당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도급을 통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자들에게 실적경쟁을 강요하고, 과도한 업무배정을 하면서 노동자 스스로 안전한 작업환경을 갖출 시간마저 없게 만든다. 결국 정상적인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정당한 사용대금을 지불한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입는다. 하청노동자와 소비자 모두 손해를 보는 '이중피해'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서비스·LG전자·SK브로드밴드 등 비정규직 직접고용 전환 사례처럼 노동조합을 통해 사회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무엇보다 소비자들도 고품질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 자신의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불법도급 문제에 사회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 박주홍 새희망정보통신노조 위원장

노동자 낮은 처우 하도급 탈 쓴 불법파견 때문
박주홍 새희망정보통신노조 위원장

SK브로드밴드는 유선통신사인 하나로통신이 전신이다. 당시만 해도 하나로통신이라는 마크가 달린 작업복에, 차량에 정말 괜찮은 큰 회사에 취직했다고 생각했다. 하도급이 무엇인지, 1차·2차로 하도급하는 구조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월급만 꼬박꼬박 나오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를 십수 년이 지났다. 최근 주변에서 우리와 같은 업무를 행하는 통신사 노동자들이 직접고용되고 노동환경이 개선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사업체들은 고용과 해고가 용이한 형태의 비정규직 고용을 선호해 왔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하나로통신이 98년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망 운용업무는 파견업체를 통해 인력을 제공받았다. 이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의 법망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로 전환했다. 그러고는 자회사의 직접고용 부담을 덜기 위해 협력사로 구조개편했다. 이후에도 1차·2차 협력사로 반복적으로 고용형태를 변경해 가면서 망 운용업무를 유지해 나간 것이다.

당연히 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도 못했다. 이 모든 것들이 하도급 계약이라는 탈을 쓴 불법파견 때문이다. 원청은 하도급업체에 모든 책임을 내던지고, 하도급업체는 원청이 주는 대로 계약해 노동환경을 개선할 수 없었다. 이런 환경에서 노동자들은 입사와 퇴사를 반복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됐고 지금도 그렇다. 남은 사람들은 나간 사람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시간을 들이고 그러다 지쳐서 또 떠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 모든 상황이 현재의 고용구조 한계를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의 이런 불안정한 노동환경은 결국 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불편함으로 전가된다. 노동자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니 고객은 다른 통신사로 이동할 것이며 이는 원청 매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런 연유에서라도 원청은 대승적으로 결단해야 한다. 그 대승적 결단은 하도급의 탈을 쓴 불법파견 고용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원청은 노동자를 직접고용해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이종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장

필수·핵심업무임에도 비용 아끼려 불법파견 ‘쉬쉬’
이종삼 희망연대노조 LG유플러스한마음지부장

통신망 서비스의 경우 많은 설비와 케이블이 설치돼야 한다. 그러나 인프라를 설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인프라 설비와 케이블 유지·보수·운용이다. 국민이 불편하지 않도록 계속 예방점검과 교체 또는 수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또 불편을 느끼는 고객에 대한 민원처리 서비스를 이어 가야 한다. 이것은 꼭 필요한 업무로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기업은 마땅한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기업은 전국에 수많은 기지국·중계기·인터넷·TV 서비스의 유지·보수·민원처리 등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정규직으로 고용하지 않고 값싼 노동을 유지하려 한다. 없어서는 안 될 운용·유지·보수 인력이지만 불법파견이 계속되는 이유다. 어쩌다 불법파견이 적발돼도 그 기간 동안 정규직 임금을 지불하거나 유지하는 비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비용으로 정리가 가능하다.

운용과 유지·보수업무는 통신서비스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만큼 당연히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 기업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 통신망 운용인력임을 인정하는 것이 시작이다. 지난해 LG유플러스 수탁사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안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회사가 갖게 됐다는 점은 진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은 여전히 저렴한 인건비로 인력을 운용하려고 한다.

현재 LG유플러스 수탁사도 정규직 전환 이후 처우가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다. LG유플러스는 기존 정규직과 다른 직군을 만들고, 그 직군 노동조건을 기존 불법파견으로 운용하던 비용에서 약간 더 주는 방법으로 정리했다. LG유플러스 운영기술직(한마음지부)의 경우가 그렇고 LG전자서비스의 경우도 그렇다. 처음에 정규직 사원증과 복지는 동일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으니 그렇게 하지만 임금은 직접고용 이전 비용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만 지급한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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