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스테인리스강 원자재 제조업체인 중국 청산강철이 부산에 대규모 냉연공장 건설을 추진하면서 국내 철강업계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원료광산부터 냉연설비까지 갖춘 청산강철이 국내에 생산공장을 만들면 국내 스테인리스강 냉연제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청산강철은 올해 3월 연 60만톤 생산이 가능한 냉연공장을 설립하겠다는 내용의 투자의향서를 부산시에 제출했다.

정주교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소재부품산업정책관을 만나 청산강철 투자유치에 대한 우려를 밝히고 범정부 차원에서 투자유치 철회에 나서 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의견서에는 현대제철·포스코·세일철강 등 노조 철강업종분과위원회에 속한 17개 사업장 대표자들이 동참했다.

노조는 "청산강철그룹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막힌 수출판로를 열기 위한 우회투자처로 한국을 선택했다"며 "세계 1위 스테인리스강 제조사의 부산 투자유치가 현실화해 국내에 생산거점을 마련해 줄 경우 국내 스테인리스강 냉연제조업은 기반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강판 업계는 저가 중국산 영향으로 68%의 낮은 공장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내수시장도 포화상태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냉연제품 시장수요는 연간 103만톤인데, 전체 공장 생산능력은 연간 189만톤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내수시장에 청산강철이 연간 60만톤의 냉연강판을 추가로 생산해 저가로 시장에 내놓으면 국내 업체들은 고사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무역제재 가능성도 제기했다. 중국·인도네시아산 소재를 가공한 냉연제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되면 유럽연합과 미국 등 한국 수출쿼터를 소모할 뿐만 아니라 중국의 우회수출처로 찍혀 무역제재까지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결국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은 고사되고, 관련 분야 수많은 노동자는 실직으로 생계위협을 받게 되며, 무역분쟁에도 휘말릴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 제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