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여성전문병원인 제일병원 부지가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보건의료노조가 병원을 유지할 인수자를 찾으라고 제일의료재단에 요구했다.

노조는 10일 “부동산 업체에 병원이 매각되면 해당 부지는 병원이 아닌 상업용 부지로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제일의료재단은 국민에게 사랑받는 제일병원으로 정상화하는 회생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제일병원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국 분만실적 1위를 기록했지만 해가 갈수록 경영이 어려워져 폐원 위기까지 몰렸다. 올해 1월 법원에 채무조정과 매각협상을 병행하는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협상 기간은 3개월이었다.

그런데 재단은 ‘이 기간 동안 병원 인수자를 찾지 못해 부동산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법원에 제출하고 부동산 매각 관련 허가를 얻었다. 매각 공고 전 부동산 개발업체인 파빌리온자산운용과 1천300억원에 우선매수권 계약을 하고 지난달 제일병원 전체 부동산 매각 공고를 냈다. 이달 5일까지 참여자가 없자 결국 파빌리온자산운용은 제일병원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독점적인 협상권을 얻게 됐다.

노조는 “재단은 ARS 기간에 노력했음에도 병원 인수처를 찾지 못했다고 했지만, 투자처 모집과 협상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다”며 “인수 기준이나 어떤 쟁점 때문에 결렬됐는지도 공개하지 않고 부지를 통으로 매각하는 것밖에 길이 없다고 하니 지금까지의 과정이 부동산 업체에 부지를 매각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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