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일하지 않는 국회’를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회 파행의 책임을 여당과 선거제 개혁·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함께한 야 3당에 돌리며 국회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전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야당에 대화를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6월 임시국회 개원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성난 민심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과 세비반납을 요구한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위원장 이상민)가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이후 40여일 만인 10일 오전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렸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사전에 합의된 의사일정이 아니라는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사개특위 간사인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이 잠시 회의장을 찾았으나 일방적 회의 개회를 지적하고 퇴장했다. 그는 “지난해 사개특위를 구성할 때 특위 의사일정을 합의해 처리하기로 했다”며 “다수의 힘에 의해 합의정신이 일방적으로 무시됐다”고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이번 회의를 여는 과정에 윤한홍 의원에게 수차례 연락을 드렸지만 거절했다”며 “국민 앞에 책임을 지기 위해 회의를 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사개특위는 경찰법·검찰청법 개정안 등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상정하고, 민갑룡 경찰청장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대상으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력 사건 수사 결과와 고 장자연씨 사건 관련 질의를 펼쳤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간 정기회동인 초월회에도 불참했다. 문희상 의장과 여야 4당 대표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불참을 지적하며 국회 정상화를 촉구했다. 문 의장은 “지진·산불·미세먼지 등 재난에 준하는 일들에 관한 추가경정예산안 논의를 아직 시작도 못했다”며 “뭐니 뭐니 해도 빨리 국회가 열려야 한다. 그 이상 가는 큰일은 국가에 없다”고 국회 정상화를 당부했다.

황교안 대표는 문 의장의 국회 파행 지적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된 백선엽 전 육군참모총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자유한국당이 국회를 나와 힘든 떠돌이 정치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만든 것이 누구인가”라며 “(초월회 불참을) 비판했다고 하는 그분들이 결국 우리를 국회에서 나올 수밖에 없게 하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올해 들어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가 단 3차례밖에 열리지 않은 데다 6월 임시국회 개원마저 불투명한 상황이 되자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오른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청원에는 21만명 넘는 국민이 동의했고,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에 대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조사한 결과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반납시키고 일한 만큼 수당 등을 지급하는 일하는 국회법을 만들자”는 의견에 국민 10명 중 8명이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10.9%에 불과했다.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1명이 조사에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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