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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교조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 이용우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

1. 1989년 5월28일. 아직 군사정권이던 그 엄혹한 시절 “굴종의 삶을 떨쳐 반교육의 벽 부수고 침묵의 교단을 딛고서” 참교육의 함성으로 전교조가 깃발을 치켜들었던 날이다. 그로부터 30년. 합법을 기대할 수 없었던 전교조 창립 당시와 지금, 한국의 노조할 권리는 얼마나 진전됐을까?

2. 박근혜 정부는 6만명의 전교조 조합원 가운데 해고자 9명이 있다는 이유로 ‘노조 아님 통보처분’을 자행했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의 약속처럼 ‘전교조 죽이기’의 일환으로 파생된 이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믿음과 기대는 무참하게 짓밟혔다.

3. 문재인 정부는 삼권분립 원칙상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에 대한 직권취소는 불가하고 결국 이 문제는 대법원의 판결 또는 국회의 법 개정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매우 궁색하고 부당하며 무책임한 주장이다. 몇 가지 이유만 보자. 첫째, 행정법상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에 대한 직권취소는 충분히 가능하다. 행정처분은 행정소송을 통한 쟁송취소 외에 행정청 스스로 자기교정 차원에서 행하는 직권취소도 가능하다. 공익적 필요와 법적 안정성 등을 비교형량해, 위법한 처분은 물론 부당한 처분에 대하여도 직권취소가 가능하다. 문재인 정부는 법외노조 처분과 그 근거 법령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으므로 위 처분의 위법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와 같은 부당한 법령에 기초한 부당처분에 대해서는 정부 스스로 직권취소를 했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경우조차 직권취소를 거부한다면 직권취소제도는 유명무실하게 된다.

둘째, 정부의 자기 책임과 역할을 방기한 채 사법부나 입법부에 공을 넘기며 삼권분립만을 되뇐다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소송 당사자인 정부가 직권취소를 통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사법부의 어떠한 권한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전교조 사건을 거래 수단으로 삼았던 사법부와 관련 법 개정의 합의 처리에 관심이 없는 국회에 문제 해결을 전가한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셋째, 정부는 이미 유사한 상황에서 직권취소를 한 선례가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학생 구조 도중 숨진 기간제교사의 순직 불인정 사건, 기간제교사에 대한 성과급 미지급 사건에서 소송 중임에도 정부의 방침과 의지에 따라 문제를 해결한 바 있다. 심지어 1989년 군의 정치개입을 비판했다가 파면된 김종대 예비역 중위에 대한 파면처분이 대법원에서 정당하다고 확정됐음에도 국방부는 최근 군 적폐청산위원회의 파면취소 권고와 공익적 필요성 등을 이유로 위 파면처분을 직권취소한 바 있다.

넷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번 처분에 대한 국내외 직권취소 요구는 광범위하다. 국제노동기구(ILO)의 두 차례 권고(2017년 6월17일, 2018년 4월12일), 대법원 전교조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의견서 제출(2017년 12월18일), 노동법률단체의 공동성명(2018년 6월22일), 고용노동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의 권고, 교수·연구자 423명의 성명(2018년 8월16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공동성명(2018년 8월23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공익위원들의 권고(2018년 11월20일) 등은 모두 방점은 다르지만 직권취소 등을 통해 이번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다섯째, 헌법상 기본권은 숨 쉬는 것처럼 일상적이고 당연하게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 기본적 인권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이나 노동기본권을 얘기하면 여전히 불편한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현실을 바꿔 내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 이념에서만 보더라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노조할 권리의 상징적 이슈가 돼 버린 전교조 문제에서 문재인 정부는 이전 어떤 정부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견지했어야 한다.

여섯째, 전교조 문제에 대해 이념대립 양상으로 흐를 경우 지방선거나 총선 등의 국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으나 이로써 기본권 보장을 정치적 계산의 산물로 삼은 정치집단으로 기억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노동부 장관의 직권취소 관련 법적 검토 발언 다음날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직권취소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스텝은 완전히 꼬여 버렸고, 모든 부담을 대통령이 떠안게 됐다. 정권 초기 힘 있게 해결하고 넘어갈 사안임에도 과도하고 부적절한 판단으로 어려운 길을 자초한 셈이다. 일곱째, 정부는 최근 ILO 기본협약 중 미비준 3개 협약에 대해 비준과 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와 같은 입장을 천명하는 것 이상으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직권취소와 같이 정부 스스로 노동기본권의 실질적인 보장 조치를 취하는 것이 더욱 긴요하다.

4. 전교조 창립 30주년. 그러나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다. 30년이 지난 지금, 전교조는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 앞에서 여전히 자신의 법적 지위를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 정말 뼈아픈 현실이다. 노조 자체를 인정받는 데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단 말인가? 이제 문재인 정부가 답해야 한다. 답은 간명하고 아직 시간은 있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노동존중’에 충실하면 된다. 전교조 선생님들이 하루빨리 청와대 앞이 아닌 학교현장으로 돌아가 학생들과 호흡하며 열악한 교육현실을 바꿔 나가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와 다른 문재인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긴요한 시점이다.

이용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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