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최근 행정예고한 생활폐기물 원가산정 관련 규정 개정안에 노동계가 우려 섞인 눈길을 보내고 있다. 노동계는 “지방자치단체 예산낭비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높다. 어떤 상황에서 지급해야 하는지 개념 자체가 모호한 지급수수료 항목이 남았고, 감가상각비 산정방식이 민간위탁업체에 이득이 되도록 짜여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자의 임금 하락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8일 행정예고안에 담은 감가상각비 계산법과 기타경비 등 일부 조항을 개선 또는 삭제할 것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지난달 20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계약을 위한 원가계산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행정예고와 관련한 시민 의견은 8일까지 받았다.

◇지자체 여건 따라 직접노무비 지급?=민주노총은 의견서에서 행정예고안에 명시된 직접노무비 산정기준 단서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자체가 노동자에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행정예고안에는 직접노무비 산정과 관련해 "기본급은 원가계산 완료 시점을 기준으로 가장 최근에 발표된 대한건설협회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보고서 중 보통인부 노임단가를 적용한다"고 명시됐다. 그런데 단서조항으로 "지방자치단체는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별도의 기준을 적용해 산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달렸다.

민주노총은 “실제 서울 강동구의 경우 용역업체가 해당 업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기본급보다 적은 임금을 주고 있었다”며 “충북 충주나 서울 관악구·마포구 등도 올해 기준에 미달하는 기본급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 단서조항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수 민주연합노조 조직국장은 “최저임금 기준을 잡아 두고 사업장별 재정 여건에 따라 알아서 지급하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 안 되는 조항”이라며 “노동자들이 같은 일을 하는데도 지자체별로 다른 금액을 지급받는 임금차별의 원인이 된다”고 비판했다.

해당 조항이 행정규칙 제·개정 원칙인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제처가 발간한 ‘행정규칙 입안·심사기준’에는 ‘행정규칙을 규정하려는 경우 포괄적인 용어나 불명확한 용어 등을 사용해 집행 공무원의 임의적 해석에 따라 권한을 남용할 여지가 없도록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감가상각비 산정기준 표준품셈으로 바꿔야”=의견서에는 감가상각비 산정방식을 현행 법인세법에서 표준품셈으로 변경하라는 요구도 담겼다. “청소대행업체에는 이득이지만 지자체에는 손해가 되는 산정 방식”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청소차에 소요되는 경비는 크게 수리비·유류비·감가상각비로 나뉜다. 행정예고안에 따르면 유류비·수리비는 표준품셈에서 정한 기준으로, 감가상각비는 법인세법에서 규정한 감가상각 방식 중 정액법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민주노총은 “취득가격이 1억8천787만원인 한 청소차량의 올해 1년분 감가상각비를 법인세법에 따른 정액법과 표준품셈을 기준으로 각각 산정했더니, 정액법 기준이 3천131만2천409원으로 표준품셈 기준 613만904원보다 약 5배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법인세법 내용은 원가계산 기준과 전혀 상관없고, 표준품셈에 감가상각비 산정기준이 없는 것도 아니다”며 “그럼에도 굳이 감가상각비 산정방법만 법인세법 시행령에 있는 감가상각 자산의 손비계산 방법을 끌어다 쓴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급수수료 개념, 공무원도 모르더라”=노동계는 행정예고안에 명시된 경비항목 중 기타경비 항목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행정예고안의 기타경비 항목에는 ‘기타 개별 산정이 어려운 여비, 교통비, 통신비, 도서인쇄비, 지급수수료, 수도광열비, 전력비, 소모·사무용품비 등의 경비를 말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민주노총은 “여기서 경비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을 위해 소요된 용역원가 중 노무비를 제외한 원가를 말하며, 기업 유지를 위해 관리활동 분야에서 발생하는 일반관리비와는 구분된다”며 “기타경비 항목에 포함된 여비·교통비·통신비·도서인쇄비 등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현장에서 사용되지 않는 만큼 일반관리비에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타경비 중 지급수수료 항목이 도마에 올랐다. 김인수 국장은 “지급수수료는 도대체 언제 어디서 발생하는지 알 수 없는 항목인데, 환경부와 지자체 담당자들에게 물어봐도 잘 모른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 국장은 “고양시의 경우만 봐도 지난해 원가산정 때 지급수수료를 12억원으로 산정했는데, 환경부 공무원이 청소용역업체 사장 배불리려고 만들어 놓은 조항이 아니고 뭐겠냐”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 밖에 상차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위험수당(월 9만원)과 청소차량 운전자에게 지급하는 운전수당(월 20만원)을 월 20만원으로 통일할 것, 간접노무비를 삭제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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