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지난달 31일 법인분할 안건을 처리한 '3분30초 주주총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김앤장 법률자문을 받아 치밀한 준비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우호주주들만 참석시켰다는 정황이 담긴 문건이 폭로됐다. 5·31 주주총회가 철저하게 사전준비된 그들만의 잔치였다는 비판이 힘을 얻고 있다.

현대중공업, 김앤장과 '대응전략 회의'

6일 <매일노동뉴스>가 입수한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 진행 계획'에는 주총 장소인 한마음회관이 봉쇄된 상황에서 5월29일부터 31일 사이 현대중공업이 얼마나 비상하게 계획을 짜고, 꼼꼼하게 점검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현대중공업은 주총 이틀 전 29일 오전 법무법인 김앤장과 회사 법무팀, 노진율 부사장 등 임원들이 모인 가운데 '대응전략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총 당일 여러가지 상황을 상정한 시나리오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예정대로 한마음회관에 진행될 경우(플랜A)와 주총장이 바뀔 경우(플랜B)로 나눠 계획을 짰다. 주총 상황별 진행 방식도 준비했다. 예컨대 한마음회관에서 진행하되 '노조 방해'로 진행이 불가능하면 의장이 제안설명을 하고 표결하는 경우(A2), 의장의 제안설명도 없이 곧바로 표결하는 경우(A3)로 상황을 구분했다.

주총장소가 변경됐을 때를 상정한 플랜B도 제안설명 없이 바로 표결을 진행하는 'B2' 상황까지 염두에 뒀다. 실제 지난달 31일 울산대 체육관에서는 'B2' 시나리오가 가동됐다.

대응전략 회의가 열렸던 29일 오후에는 현대중공업 본관 15층 대회의실에서 리허설이 이뤄졌다. 주총 장소 이동을 가정하고 열린 리허설에는 의장, 투개표, 진행요원과 대주주, 120명의 우호주주까지 참석했다. 말 그대로 실전을 방불케 한 연습을 한 셈이다.

주주들 장식용 버스에서 "출발해 달라"아우성 칠 때
우호주주 새벽 6시부터 주총장 인근 집결


현대중공업은 대체주총장을 울산대 체육관 외에도 한 곳 더 마련했다. 울산과학대 체육관이다. 문건에는 주주총회 대체장소가 어디인지 정확하게 적시돼 있지는 않지만, 5월30일 일정을 보면 '과학대 체육관 주총장소 세팅'이란 내용이 적시돼 있다.

주총 인원계획 현황을 보면 현대중공업은 A·B·C 장소마다 인원을 배치했다. A는 한마음회관, B는 울산대, C는 울산과학대로 추정된다. 각각의 장소마다 의장·감사보고·사회자 공증인·투개표팀·질서유지팀 등을 배치했다. A장소에서는 가삼현 사장이, B·C장소에선 한영석 사장이 의장을 맡도록 역할분담을 했다. 주총 당일 울산대 체육관에서 의사봉을 잡은 이는 한영석 사장이었다.

현대중공업은 주총 장소 변경을 위한 요건을 맞추기 위해 진행요원과 의장단을 앞세운 한마음회관 진입시도를 네 차례(오전 7시·8시·9시·9시45분) 계획했고, 주총 당일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오전 9시30분 'B장소' 준비상태를 확인한 현대중공업은 오전 10시 주총 소집절차·결의방법 적법성을 조사하는 검사인과 고아무개 김앤장 변호사와 함께 장소변경을 협의하고 30분 뒤인 오전 10시30분에 장소변경 사실을 확성기·벽보·현수막을 통해 알렸다.

법인분할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이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회사가 준비한 '장식용 버스' 10대에 올라타 승강이를 하는 사이 대체주총장 인근에 집결해 있던 우호주주들은 여유 있게 울산대로 이동했다. 문건에 따르면 우호주주 420명은 당일 오전 6시부터 울산대병원 암센터 주차장(340명)과 울산종합체육관(2개팀 각각 40명)에 집결해 있었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주주총회를 주주총회답게 한 게 아니라 그야말로 요식행위로 진행했다"며 "법인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려고 했던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만큼 정상적인 주주총회라 볼 수 없고, 법적인 효력도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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