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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진정한 민주주의 꽃이 되기 위하여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 김세희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선거는 선출된 대표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선거 과정에서 선거의 공정성과 선거의 자유가 온전히 보장될 때 헌법상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 정치원리가 올바로 구현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은 선거의 자유보다는 선거의 공정성 확보에 주된 가치를 뒀다.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규제하는 법률로 작용했다. 선거철만 되면 노동조합에서 이러한 내용의 현수막을 게시해도 되는지, 노동조합 소식지를 발간해도 되는지를 묻는 질의가 폭주하는 것 역시 규제 위주로 공직선거법을 운영한 결과다.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담론이 활발히 오가는 선거의 장에서 유권자인 시민들의 침묵을 요구하는 것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가 아니다.

지난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실질적으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반감시키는 최저임금법 개악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회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를 적극적으로 규탄하며 전국단위 총파업을 선언했다. 조합원들은 선거유세장을 따라다니며 최저임금법 개악의 부당성을 알렸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이 같은 정치적 표현행위에 대해 검사는 공직선거법 104조(연설회장에서의 소란행위 등의 금지) 위반으로 기소했다. 해당 조항은 누구든지 공직선거법 규정에 의한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장소, 대담·토론회장 또는 정당의 집회장소에서 폭행·협박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연설·대담장소 등의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256조에서는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104조 규정에 위반해 연설·대담장소 등에서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첫째로 문제가 되는 지점은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에 있다. ‘폭행·협박 기타 이에 준하는 방법’이 아닌 ‘폭행·협박 기타 어떠한 방법’이라는 문언 규정은 금지되는 행위의 범위를 무한히 확장시킨다. 위 규정의 문언 그대로의 해석에 따르면 후보자의 공개장소 연설시 이를 듣기 위해 모인 유권자가 후보자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야유만 보내도 이는 기타 어떠한 방법에 해당해 처벌받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선거운동과 관련하여’ 부분의 해석도 문제다. “선거운동”이라 함은 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를 말한다(공직선거법 58조1항). 적어도 ‘선거운동과 관련하여’의 해석은 다양한 정치적 의사표현 중에서도 특히 ‘선거운동’ 개념에 포섭될 수 있는 행위만을 처벌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를 ‘선거운동에 즈음하여 선거운동에 관한 사항을 동기로 하여’라는 의미로 확대해 그 자체로는 선거운동이 아님에도 시간적 근접성이나 내심의 동기를 이유로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조합원들은 차량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도로상에 주차된 선거유세용 차량의 연단에서 이뤄진 연설장소에서 10여명의 사람이 15미터 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피켓을 들고 육성으로 단발적 구호를 외친 것에 불과했다. 질서문란에 이를 정도의 고도의 위험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실제 선거연설은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됐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선거 개시 훨씬 이전부터 최저임금 개악안의 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며 다양한 활동을 했다. 연설회장에서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와 같은 정책에 대한 반대표현을 한 바는 있지만 당명이나 지역구 후보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우리는 공직선거법 104조 및 256조에 대해 명확성원칙 위반, 과잉금지원칙 위반 등의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법원은 첫 번째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부분에 대한 주장만을 받아들였다. 동 규정의 위헌성은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그 위헌 여부가 결정되게 됐다.

다행히 이 사건에서 법원은 조합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연설장소에 차량과 사람들이 적지 않아 소음이 작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친 곳은 연설 차량으로부터 3미터 내지 15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던 점, 피고인들은 마이크 등 확성장치를 사용하지 않은 채 구호를 외친 반면 연설자는 확성장치를 통해 연설을 해서 피고인들이 구호를 외치더라고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연설 내용을 알아듣기 현저히 곤란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다.

무죄 결과에 대해 기뻐하기 이전에 대의민주주의와 선거, 유권자의 권리에 관해 생각해 본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가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 절차에 의해 공정히 행하여지도록’ 규율돼야 하고, 선거기간 유권자는 후보자의 일방적 주장을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기간 유권자에게 침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유권자의 적극적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돼야 한다.

김세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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