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장소 변경이 공지된 후 사측이 준비한 주주탑승차량에 올라타고 있는 조합원들. 하지만 버스는 변경된 총회장소로 출발하지 않았다. <금속노조 제공 동영상 캡쳐>
지난달 31일 울산대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법인분할 주주총회는 '10분 주총'도 아닌 '3분30초 주총'이었다. 현대중공업이 변경된 주주총회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마련했다던 주주탑승차량은 말 그대로 '탑승'만 가능한 전시용 차량이었다.

현대중공업이 법인분할을 결정한 주총 전후 상황을 보여 주는 영상이 속속 공개되면서 법적 효력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4일 울산MBC가 입수한 동영상을 보면 현대중공업이 '배 만드는 울산공장'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3분30초였다. 의장 개회선언부터 폐회선언까지 3분30초 만에 모든 절차가 마무리됐다. 무대 옆문을 통해 주총장으로 들어오려는 노동자들과 이를 막기 위해 투입된 용역업체 직원들이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 의자를 던지고 책상을 미는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의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사봉을 연타하며 1호 의안(회사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과 2호 의안(이사 선임의 건)을 속전속결로 통과시켰다.

금속노조는 주총 장소변경 공지가 된 뒤 현대중공업이 마련한 주주탑승차량으로 갔던 주주들이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주주 A씨가 사측 진행요원에게 "주주총회 변경공시가 떠서 이동해야 한다"며 버스 출발을 요구하자, 진행요원은 "이동하시면 되잖아요"라며 동문서답을 했다. A씨가 "이동수단을 제공해 달라"고 하자, 진행요원은 손으로 버스를 가리키며 "저기 있지 않냐. 타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 다음에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진행요원은 "모른다"거나 "타서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다른 영상에서 또 다른 진행요원은 "주주들을 안전하게 모시고 탑승시키라는 것까지만 지시받았다"며 "그 다음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들을 (버스에) 안전하게 모신 것까지가 저희 역할"이라며 "그래서 (버스에) 타시라고 말씀드렸고, 나눠서 다 타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변경된 주총장으로 이동하려는 조합원들의 발을 묶어 놓기 위해 마련한 '장식용 버스'였던 것이다.

노조가 공개한 다른 영상에는 관광버스업체 상무 B씨가 주주들과 통화하는 모습이 담겼다. B씨는 "속 시끄러워서 운행을 안 하겠으니 남의 차에 타지 마라"며 "주주 탑승 안 시키겠다"고 말했다. 울산대 후문에 배치된 전투경찰이 주총 위임장을 가지고 온 조합원을 가로막는 영상도 공개됐다.

노조는 "현대중공업 재벌의 다급함 때문인지 도처에서 위법행위가 드러났다"며 "법도 상식도 무시하는 현대중공업 재벌의 위법주총을 반드시 무효로 돌릴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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