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 소속 타워크레인노조가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 4일 오전 서울 신길동 아파트 공사현장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파업 이유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한 조합원이 점거농성 중인 타워크레인을 바라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전국의 아파트 건설현장이 멈췄다.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와 한국타워크레인노조 조합원 2천500명이 타워크레인 운전을 전면 중지하면서 골조공사가 '올스톱'됐다.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은 지난 3일 오후 5시부터 땅으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 하늘에서 물과 하루 한 끼도 안 되는 식사로 버티는 중이다. 건설노동계는 "수년 전부터 소형 무인타워크레인 규제를 촉구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다"며 "국토교통부가 안전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4일 오전 서울 영등포 신길동 아파트 공사현장에는 7대의 대형 크레인이 멈춰 서 있다. 크레인의 팔이라고 할 수 있는 지브에는 "불법 소형 타워크레인 규격 제정하라"라는 현수막이 펄럭였다. 70미터 상공에서 난간 위를 걷는 타워크레인 노동자가 아슬아슬해 보인다. 그는 조종석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으로 물과 약간의 음식만 먹었다. 그는 전화통화에서 "소형 무인타워크레인 규제는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말한 그는 "당장 먹고 자는 문제보다 앞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신길동 아파트 공사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최동주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장은 "소형 타워크레인이 건설기계로 등록된 2014년부터 정부에 안전대책을 촉구했는데 정부는 전수조사 얘기만 되풀이할 뿐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형 무인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사고가 4년간 30건이나 발생했는데도 정부는 '인양 하중 3톤 미만'이라는 소형 타워크레인 기준만 제시하고 관리도, 규제도 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내에 등록된 소형 무인타워크레인 제조사를 직접 찾아가 봤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며 "중국에서 들여온 불량 부품으로 불법개조한 짝퉁 소형 타워크레인이 수백대에 이른다"고 말했다.

노조는 불법으로 개조하고 연식을 허위로 기재한 타워크레인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소형 무인타워크레인의 규격 기준과 안전장치 등을 마련할 때까지 고공농성을 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런 불법 크레인을 전체 소형 무인타워크레인의 30~40%로 추정했다.

양대 노총 타워크레인노조는 이용호 무소속 의원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의 안일한 대응이 타워크레인 동시 파업 같은 엄중한 사태를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이용호 의원은 "타워크레인 같은 건설기계 무인화가 산업계 흐름이라면 막을 수 없지만 국민 안전과 일자리에 직결된 것인 만큼 정부가 제대로 된 제도개선을 약속하고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타워크레인을 한국산업표준에 따라 제작하도록 하고 고도로 선회하는 타워크레인의 경우 운전석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