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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순 살 제화공이 미소페 본사 앞 천막농성 하는 까닭“하청공장 폐업으로 실직한 제화공은 본사가 직접고용해야”
▲ 최나영 기자
“14년 넘게 일한 회사인데 폐업 통보 이틀 만에 공장이 문을 닫았어요. 미리 알려 주기라도 했으면 대책을 세웠을 텐데 막막하죠. 업주한테 화도 나고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비경통상(구두 브랜드 미소페를 운영하는 회사) 건물 앞. 주차장에 설치된 파란 천막에 앉아 있던 김아무개(60)씨가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이날로 8일째 천막농성 중이다. 미소페 하청업체 중 7공장(원준)이 같은달 14일 제화공들에게 폐업 통보를 한 뒤 이틀 만에 문을 닫아 제화공 19명이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됐다는 하소연이다. 이 중 다른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한 13명은 지난달 24일부터 이곳에서 미소페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제화공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인 탓에 4대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실업급여도,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 김씨는 “지금 비수기여서 다른 공장 일을 구하기가 어렵다”며 “대부분 20년 넘게 제화 일만 한 고령자라서 다른 업종으로 옮겨 가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씨 주위에는 라면과 종이컵이 담긴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실직한 제화공들의 천막농성 생활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사측, 퇴직금 지급 부담돼 공장 폐업”

제화공 실직의 원인이 된 7공장 폐업 배경에는 퇴직금 소송이 있다. 성수동 제화공들은 2000년 2월부터 회사 요구에 떠밀려 개인사업자가 됐다. 서울일반노조 제화지부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사측에서 암묵적으로 퇴직금을 일정 부분 줬는데 외환위기 이후 개인사업자가 되면서 거의 지급받지 못하게 됐다”며 “회사가 내던 세금 일부는 제화공이 떠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지난해 제화공의 처우 문제가 공론화하면서 퇴직금 지급 요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제화공 처우개선 바람에 따라 미소페 하청업체들과 지부가 같은해 10월 단체협약을 맺었다. 단협에는 “비경통상 하청업체 4곳은 2019년 4월 내에 4대 보험과 퇴직금과 관련해 논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부 관계자는 “단협을 체결할 때 7공장 대표는 ‘법적 판결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법원이 제화공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7공장은 퇴직금 지급 대신 폐업을 선택했다. 지부에 따르면 7공장에서 일하다 퇴직한 제화공 2명이 7공장을 상대로 퇴직금 소송을 걸었고, 올해 4월 1심 법원에서 승소했다. 이후 7공장 퇴직 제화공 11명이 추가로 소송을 내 법원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7공장 대표가 패소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법원 판결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겠다고 했다가 막상 제화공이 승소하자 폐업을 선택한 것 같다”며 “실제 업체 대표는 제화공들에게 퇴직금 부담을 폐업 이유로 들었다”고 귀띔했다.

“백화점 유통수수료 낮춰야 퇴직금 문제 해결”

지부는 7공장 폐업으로 실직한 제화공들을 미소페 본사가 직접고용하라고 요구했다. 지부 관계자는 “7공장 폐업은 원청과도 무관하지 않다”며 “원청이 제화공 퇴직금을 하청업체에 주지 않은 탓도 폐업 원인이 있으니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유통구조 개선을 퇴직금 문제 대책으로 제시했다. 유통재벌들이 고액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기형적 구조를 바꾸지 않고는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목소리다. 지난해 12월에도 미소페 하청공장 중 1공장(슈메이저)이 폐업했다. 당시에도 “4대 보험·퇴직금 지급을 회피하려 공장을 이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부에 따르면 수제화 판매가 가격이 30만원이라면 백화점이 유통수수료로 38%(11만원 이상) 정도를 가져간다. 홈쇼핑은 41% 이상 챙긴다. 나머지 18만~19만원 중 원청업체(브랜드)가 40% 정도(인건비·인테리어비 등 포함)를 또 떼어간다. 원청업체가 4만~6만원 정도를 납품단가로 정해서 하청업체에 내려보내면, 하청업체는 납품단가에서 회사운영비·원자재비 등을 빼고 남은 돈을 제화공 공임으로 책정한다. 제화공이 신발 한 켤레당 받는 공임은 갑피와 저부 각 7천원 정도다. 판매가의 5%(1만4천원) 정도만 2개 공정을 하는 제화공의 공임으로 책정되는 것이다.

지부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제화공 공임이 낮아지는 동안 20% 초반대의 백화점 유통수수료는 오히려 38%까지 올라갔다”며 “백화점이 유통수수료를 5%만 낮춰도 앞으로 발생할 제화공 퇴직금 정도는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백화점 제품 중 수제화 유통수수료가 유독 높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원청업체가 퇴직금 문제를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부 관계자는 “10년 이상 근속한 노동자도 있는데, 과거 퇴직금까지 감당할 수 있는 하청업체는 솔직히 드물다고 본다”며 “원청업체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노동자들도 어느 정도 양보해야 퇴직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부는 지난달 24일 사측과 교섭을 시작해 세 차례 교섭을 했다. 같은달 31일 교섭에는 원·하청 업체 관계자,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동부지청 관계자가 참석했다. 지부 관계자는 “3차 교섭에서 본사는 일정 부분의 퇴직금을 부담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했다”며 “직접고용 문제는 이달 4일 4차 교섭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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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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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아무배 2019-06-04 03:35:13

    그렇다면 백화점가셔서 농성을 해야하는거 아닌가?ㅋ
    백화점이 미쳤다고 비싼 땅값주고 거기에 건물 지었는지
    잘 생각해보시길....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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