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신입 PD나 조연출은 ‘신입’ 또는 ‘막내’라고 부르지 않잖아요. 그렇게 부른다고 하더라도 팀 내 모든 직군이 ‘막내’라고 하지 않고요. 그런데 신입 방송작가는 모두 ‘막내’라고 불러요.”

“증언자 중 가장 억울한 신입작가”라고 운을 뗀 방송작가 A씨가 말했다. 방송사 노동자 중 여초 직군인 방송작가만 유독 신입시절 ‘막내’로 불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항변이다. A씨는 “암묵적으로 ‘너는 팀에서 서열이 바닥’이라는 건데, 실제 ‘막내 작가’는 심부름과 잡일을 포함해 모든 것을 하는 존재가 된다”며 “작가는 전문직 노동자인데 왜 팀 전체의 막내로 취급돼야 하냐”고 토로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가 30일 오후 국회에서 ‘뼈 때리는 Talk’라는 이름으로 ‘방송작가 노동권 보장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다양한 연차의 방송작가들이 참석해 현장 증언을 이어 갔다.

방송작가 B씨는 고용불안 문제를 지적했다. B씨는 외주제작사와 구두로 계약을 맺고 모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었는데, 다음날 녹화 분을 준비하는 도중 사측이 다른 작가팀을 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프리랜서 신분이 당시 사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B씨는 “본사 담당 PD는 ‘내가 정규직을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억울하면 정규직 하라’고 말했다”며 “노조와 항의하는 과정에서 사측은 '그러면 다시 일하라'고 했지만 이미 마음이 상해서 작가들 모두가 일을 그만뒀다”고 전했다. 지부가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방송작가 580명을 대상으로 노동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542명(93.4%)이 프리랜서 형태로 일했다.

방송작가들은 모성권을 보호받기도 힘들었다. 방송작가 C씨는 “방송작가로 17년을 일했는데 애를 낳는다고 설마 경력이 단절될까 하고 생각했는데 설마가 현실로 닥쳤다”며 “프리랜서인 방송작가들은 유급육아휴직을 쓰지 못해 출산하려면 친분이 있는 작가에게 출산기간 동안 일을 대체해 달라고 부탁해야 한다”고 증언했다. A씨는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지 못하는 신분 탓에 신입작가들 중에는 최저임금도 못 받는 경우가 있다”며 “그럼에도 수당도 없이 휴일·주말근무나 밤샘근무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정미 의원은 “봉준호 감독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인풋이 좋아야 아웃풋이 좋다”며 “문화체육관광부와 고용노동부는 전방위적 관리·감독을 통해 소중한 인재들이 당하는 부조리를 끝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