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다. 최근 돌연사한 집배원의 유가족들이 참석했다. <제정남 기자>
최근 돌연사한 집배원의 유가족들이 "일하다 죽거나 아프지 않도록 정책을 수립해 달라"며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집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철폐 및 과로사·자살방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는 인력충원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은 우정사업본부를 지도·감독하라"고 촉구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 과로사가 논란이 되던 2017년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을 구성해 대책을 논의했다. 지난해 10월 추진단은 2년에 걸쳐 정규인력 2천명을 증원할 것과 토요배달 폐지를 통한 주 5일제 시행을 권고한 뒤 해산했다. 하지만 우정사업본부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올해 1천명 증원계획을 포기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인력충원을 핵심으로 하는 장시간 노동 해결정책이 이행되지 않으면 집배원 과로사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가족들은 우정사업본부 특별근로감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지난 13일 숨진 채 발견된 충남 공주우체국 상시계약집배원 이은장(사망당시 34세)씨의 친형인 이재홍씨는 "건강하고 성실하고 밥 먹을 시간도 없이 일했던 동생은 정규직 지원 원서만 남기고 집에서 숨졌다"며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동생의 장시간 노동 실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1일에는 동천안우체국 별정집배원인 전경학(사망당시 53세)씨가 심정지로 목숨을 잃었다. 그의 아들 전병준씨는 "아버지는 정규직 집배원은 아니지만 35년간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고, 최근 주당 60시간 넘게 일을 했다"며 "전쟁 같은 일터에서 아프고 죽는 집배원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아버지 죽음에서 교훈을 찾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집배원 과로사가 사회적 쟁점이 됐는데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상황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우정사업본부는 추진단 권고를 이행하고 청와대는 이를 지도·감독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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