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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풍’에게만 맡길 순 없다
▲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남 일도 자기 일처럼 하는 이들이 있죠!” 조장풍이 한 명대사 중 하나로 꼽고 싶다. 조장풍은 누구인가. 꾸준히 시청한 이들이라면 ‘근로감독관’이라 답했으리라. 최근 수개월 장안에서, 특히 노동현장에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에 자리할 만큼 크게 화제가 된 드라마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이 지난 28일 종방했다. 마지막회에서 조장풍과 그의 일당은 거악의 중심 ‘양태수’를 법정에 세우고 법원에서 ‘당선무효형’ 선고까지 받아 냈다.

드라마 주인공은 ‘근로감독관’이다. ‘김장풍’일 수도 있고 ‘권장풍’일 수도 있다. ‘조장풍’은 근로감독관에 대한 인식을 확실히 바꿔 놓았다. 그동안 경찰·검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나 드라마는 있었지만 근로감독관을 다룬 작품은 없었다. 방영 초기 “근로감독관이 누구야?” 하고 묻던 이들도 “아, 조장풍”이라 하지 않는가. 그만큼 ‘근로감독관’의 존재와 역할을 널리 알리는 데 필자가 알기로 이만한 기여는 없었다.

‘근로감독관집무규정’이 있다. 나름 정리하면 근로감독관이 보호해야 할 대상은 ‘노동자’, 보호 내용은 ‘노동기본권’이어야 한다. 아마도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정도로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노동자들이 느낀 근로감독관 이미지는 그 반대인 경우가 아주 간혹 있었다. ‘근로감독관에게 물어보시면 잘 안내해 줄 겁니다’는 답변에 ‘과연 우리 주위에 근로감독관이 있습니까?’라고 되물어 오는 경우가 다반사였을 것이다. 이제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조장풍을 보고도 못 믿으세요?’라고.

근로감독관은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연간 300~400여건의 사건을 수행한다고 한다. 근로감독관집무규정 2조1항에서는 13개 직무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고 있다. 열세 번째 직무인 ‘그 밖에 노동관계법령의 운영과 관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시하는 업무’까지 사실상 근로감독관 업무에는 제한이 없다. 때론 ‘장풍’을 쓰는 슈퍼맨이 아니고서는 그 직무를 다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이들은 단순 행정업무가 아닌 ‘사법경찰’로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수사의 종결권자인 검사의 지휘까지 받아야 하는, 그래서 자율성이란 1도 없이 일에만 꼭 매인 몸이다.

이런 환경 탓에 근로감독관들에게는 늘 과로와 스트레스가 따라다닌다. 때로는 정말이지 있어서는 안 될 극단적인 결심까지 했다는 뉴스도 있다. 이제 근로감독관을 본연의 자리에서 일하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들의 과로를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핵심정책은 역시 인력충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근로감독관 1천300명 증원을 공약했다. 하지만 더디기만 하다. 지난해 가을 추경에서 근로감독관 300명 증원을 위한 예산이 반영됐지만, 애초 500명을 예정했던 것에서 정략적인 이유로 크게 줄어든 것이다.

물론 근로감독관 증원만이 최선은 아니다. 근로감독관 본인을 위해 노동자 노동기본권의 충실한 보장을 위해서라도 증원과 동시에 노동관계 법·제도의 엄격한 집행이 선행돼야 한다. 그동안 모든 노동사건은 근로감독관의 손을 거쳐야만 했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의 최저임금을 떼먹은 사용자는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다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법원에서 늘 가장 엄한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어떨까.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등 노동시간을 지키지 않은 자들을 검찰이 앞장서서 단속한다면 어떨까. ‘애초 노동법을 위반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모두에게 자리 잡힌다면 노동사건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조장풍’에게만 모든 책임을 미룰 수 없지 않는가.

‘조장풍’의 인기가 계속되면서 뒷얘기도 많았다. ‘한국노총’과 ‘한국공인노무사회’가 공식적으로 후원하면서 노동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계기가 됐다. 다만 드라마 속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정작 촬영현장에 있었을 주인공들 이외 수많은 예술활동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잘 보호됐는지 묻게 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조장풍’이 보호한 수많은 노동자들과 꼭 같은 상황에서 생활하는 노동자들이 그 촬영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을 제작할 때 봉준호 감독이 모든 스태프와 ‘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는 뉴스가 영화 이상으로 연일 화제다. 혹 <조장풍 2>가 돌아온다면, 그 이전이라도 모든 드라마 제작에서 기본적인 노동조건을 정한 계약을 체결하면 어떨까. 훨씬 감동일 것 같다. 참고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는 많은 보조출연자들이 출연했다고 한다. “이들에게 온전한 식사시간·휴식시간은 여전히 꿈일 뿐입니다.” 문계순 보조출연자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김형동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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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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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말라야 2019-05-30 14:45:51

    일본의 '노동기준감독관'이라는 드라마와 비교해보면, 너무 격이 떨어져 실망스러운 작품. 기대가 너무 컸던걸까? '괴물' 사업주와 상대하려면 '장풍'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근로감독관이 흥신소나 이용하고 조폭 정도 실력의 완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묘사하는 작가나 피디의 수준은 우리 사회의 '힘' 위주 사고방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차피 작가나 피디는 법을 제대로 모르니까 드라마의 수준을 이해할 수밖에 없겠지만,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노동법 준수 인식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아 너무 아쉽다. 제대로된 시즌2 기대한다!   삭제

    • 시청자 2019-05-30 11:43:35

      조장풍 시청자로서 공감합니다. 시즌2가 실현되길 바랍니다.   삭제

      • 감독관화이팅!! 2019-05-30 11:26:03

        검찰이 노동사건을 심각하게 보고 접근하고 준법의식도 중요할것 같습니다. 다만 현실적인 대안 중 하나는 노동부가 만든 노무사 제도 자체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국세청도 사실 세무사 조력을 통해 많은 업무를 절감합니다. 감독관이 담당하는 사건 중 단순 체불이나. 법정제수당 산정 사건 등은 노무사를 통해서 1차 사적조정해결을 하고 안되는 것만 감독관들이 해도 도움이 될것같습니다. 물론 비용이나 예산 변호사등과 형평성등도 있지만 노동부 수뇌부가 진지하게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늘 야근과 격무.민원에 시달리는 감독관님들 화이팅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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