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와 ㈔제주경마장조교사협회가 제주 애월읍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에서 '제주경마장 말관리사 고용전환 협약식'을 개최했다.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제주경마공원 말관리사(마필관리사)가 다음달 1일부터 ㈔제주경마장조교사협회 소속으로 고용이 전환된다. 조교사 개별고용에서 협회 집단고용으로 바뀌면서 고용불안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두 명의 마필관리사가 숨진 지 2년 만의 진전이다.

29일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위원장 신동원)에 따르면 노조와 협회는 제주 애월읍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에서 '제주경마장 말관리사 고용전환 협약식'을 열었다. 양측은 이날 체결한 협약서에서 다음달 1일부터 마필관리사를 조교사협회 일괄고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마필관리사 고용안정과 노동환경 개선·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하고 원만한 노사관계를 만들어 가기로 뜻을 모았다. 제주경마공원은 20명의 조교사가 105명의 마필관리사를 개별고용하고 있다.

하청구조 밑바닥 고용·임금불안 내몰린 마필관리사
노동자 두 명 목숨 끊은 지 2년 지나 고용안정 발판 마련


경마장 고용은 '마사회→마주→조교사→기수·마필관리사'로 이어진다. 다단계 하청구조와 흡사하다. 마주는 마사회에서 말을 분양받아 조교사에게 위탁한다. 조교사는 사업자등록을 한 사업자로 상금을 수익원으로 한다. 이들이 기수·마필관리사를 고용한다. 하청구조 밑바닥에서 가혹한 착취구조에 시달리는 마필관리사는 고용불안과 그에 따른 부당한 대우에 노출돼 있다. 임금도 들쑥날쑥이다. 2017년 5월27일 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된 부산경남경마공원 마필관리사 박경근(사망당시 38세)씨는 "X같은 마사회"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두 달 뒤인 같은해 8월1일에는 이현준(사망당시 36세) 마필관리사가 자신의 차량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그도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했다.

마필관리사 죽음이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자 마사회와 마필관리 노동자들은 같은해 12월27일 조교사협회 설립을 통한 집단고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마사회 소관 농림축산식품부가 이행을 보증했다.

그럼에도 이행은 더뎠다. 제주경마공원과 부산경남경마공원 조교사들은 각각 지난해 9월과 10월 조교사협회를 설립했다. 이날 제주경마공원 노사 합의도 우여곡절 끝에 나왔다. 노조 관계자는 "협회를 꾸리게 되면 운영비를 개별 조교사들이 내야 하는데 이런 고정지출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노조가 임금교섭은 추후에 하자고 양보하면서 집단고용에 합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임금불안보다 고용불안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조합원 요구가 높았다는 전언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 집단고용은 언제쯤?

제주경마공원 마필관리사들은 고용안정 발판을 마련했지만 부산경남경마공원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복수노조 사업장이라서 노동자들이 뜻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데다, 32명의 조교사 가운데 반대입장을 견지하는 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하는 마필관리사는 270여명이다.

신동원 위원장은 "제주경마공원 조교사협회 집단고용으로 마필관리사들이 가장 걱정하는 고용불안 우려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은 성과"라며 "내년부터 주 52시간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를 적용받기 때문에 이를 위한 인력충원과 임금안정 방안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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