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사회적 대화로 노동존중 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힌 문재인 정부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라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었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의 한 축인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불참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를 공약하고 당선한 민주노총 집행부는 아직도 갈 길을 못 찾고 갈팡질팡하는 듯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문재인 정부 남은 3년, 민주노총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28일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대화를 평가하고 향후 전망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토론회 패널들도 민주노총 대의원들처럼 입장차가 뚜렷했다.

정책연구원이 이날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연 '사회적 대화 중간평가 및 향후 전망' 토론회에서 '경사노위 활용론'과 '경사노위 무용론'을 주장하는 패널이 치열한 논쟁을 했다.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사회학)가 토론회 좌장을 맡았고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노중기 한신대 교수(사회학)·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이 함께했다.

민주노총, 경사노위 참여했다면 달랐다? 아니다?

사회적 대화가 처한 상황과 원인 진단은 찬반 패널 사이에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정부가 의제 장악력을 가졌다"(김혜진)거나 "경사노위가 정부·여당 입법요구에 순응했다"(노광표), "대통령과 정부, 집권여당의 조급증"(이남신)처럼 표현은 달랐지만 "문재인 정부가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 같은 의제를 경사노위로 넘겨 버리면서 꼬이기 시작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사회적 대화 실패가 민주노총에 대한 집권세력의 오도된 적대성이 발현된 결과라는 주장도 있었다. 노중기 교수는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온건파조차 민주노총에 적대적"이라며 "민주노총은 금속·공공 조직이며 특권조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 기능을 못하는 경사노위 상황을 평가할 때 벌어지는 논쟁 중 하나는 민주노총 책임론이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불참했기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 시각이다.

경사노위 계층별대표인 이남신 소장은 "경사노위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의제개발·조정위원회와 운영위원회"라며 "민주노총이 불참하면서 한국노총과 한국경총이 독주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사정 합의라는 미명으로 탄력근로제를 밀어붙였고 경총은 지금 모든 위원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반대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들어갔다면 (논란이 될) 의제 선정도 안 됐을 것이고 경총이 이 정도로 몽니를 부리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이 참여했어도 달라질 게 없었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솔직히 민주노총의 구조와 실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탄력근로제 합의를 예로 들었다. 그는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었다면 '도저히 합의할 수 없는 안'이라며 뛰쳐나와 지금 계층별대표와 같은 처지에 놓였거나, 방어논리가 작동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악을 막아야 한다는 명분으로 일정한 수준에서 합의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이주희 교수는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들어가서 실패할 수도 있고, 들어갔다가 바로 뛰쳐나올 수도 있다"며 "그러나 국민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대화조차 안 하는) 지금과 많이 다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이 잘하는 걸 해야"
vs "차선책으로라도 사회적 대화 참여해야"


민주노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진단이 다른 만큼 처방도 달랐다.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민주노총이 가장 잘하는 걸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태안 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죽음을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가 사회적 이슈가 됐고, 유가족과 민주노총·사회단체가 싸워 결국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며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경사노위에서 논의됐다면 논쟁만 하다 무산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중기 교수는 "왜 30년 가까이 거듭 실패하는 사회적 대화 전략을 지배블록이 계속 시도하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노조는 교섭과 투쟁을 병행해야지 무조건 참여론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남신 소장은 "투쟁으로 돌파한다고 하는데, 탄력근로제 총파업 때 몇 명이나 조직했나. 민주노총이 미조직 노동자들을 위해 총파업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투쟁으로 돌파한다는 말은 함부로 안 했으면 좋겠다"며 "그럴 만한 실력이 안되기 때문에 차선이나 차악으로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광표 소장은 "사회적 대화가 안 됐을 때 가장 좋아하는 집단은 경총과 일부 관료들"이라며 "참여하지 않고 경사노위 잘잘못을 따질 경로가 없다. 민주노총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희 교수는 "사회적 대화는 조합주의적으로 리더십이 끌고 가는 대로 일단 지켜봐 주고, 들어가서 약간의 틈이라도 열렸을 때 그 틈을 최대화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며 "민주노총이 적어도 최하층 노동자들을 위한 조직이라는 것을 전략적으로라도 보여 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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