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동연구원과 중소기업연구원 주최로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국제회의장에서 최저임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정기훈 기자>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이 미치는 영향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분석을 쏟아 낸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한 뒤 발생한 논란이 재점화하는 형국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 영세 소상공인 보호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 둔 채 을들의 갈등을 부추기거나 '일자리 개수 프레임'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저임금 10% 오르면 고용 0.79% 감소”
“취업자 감소는 인구·경기둔화 영향”


한국노동연구원이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최저임금 정책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 전문가들의 공방이 이어졌다.

강창희 중앙대 교수(경제학)는 국내에 생소한 집군추정법(Bunching Estimator)을 활용해 분석했다. 그는 “최저임금보다 4천원 많은 금액을 기준으로 했을 때 최저임금을 10% 인상하면 고용이 0.79% 감소한다”고 밝혔다. 집군추정법은 시간당임금 구간에서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강 교수 분석에 따르면 30인 이상 사업장은 고용이 늘어났다. 반면 5~29인 사업장은 1.1%, 1~4인 사업장은 2.46% 고용이 줄어들었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경제학)는 이에 대해 “같은 방법을 사용한 미국 연구 결과에서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황 교수는 지난해 취업자가 2천451만명으로 전년보다 4만8천명 감소한 것과 관련해 “인구둔화와 경기둔화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기관 잇단 토론회 '소모적 논란'만

최근 공익위원 9명 중 8명을 물갈이한 최저임금위원회는 30일 위원장을 위촉한 뒤 전원회의를 연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최저임금 영향과 관련한 토론회는 줄을 잇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1일 토론회를 열었다. 당일 토론회에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 등 일부업종에서 고용이 감소했다”는 주장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격차가 줄었다”는 전문가 분석이 충돌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대폭 변화에 맞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려는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나 논쟁이 최저임금 문제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고용규모 논쟁으로 치달으면서 저임금 노동자 생계보장에 필요한 임금수준과 영세 자영업자 보호대책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얘기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노동부 토론회에서 소수사업장에 대한 심층면접 결과만을 가지고 고용감소를 주장하는 발표가 있었다”며 “객관적인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건물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수익률 같은 문제를 외면한 채 모든 책임을 최저임금 인상으로 돌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이날 토론회에서 “오늘 토론회 논쟁을 보면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인상돼야 한다는 것을 너무 강조하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효과는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최저임금연대회의는 올해 최저임금 대응전략을 ‘을들의 연대’에 맞췄다. 이른바 ‘기승전 최저임금’이나 고용규모 논란으로 치닫는 최저임금 논쟁 프레임을 깨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 노동자위원인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고용문제만을 놓고 최저임금 인상을 논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영세 자영업자 대책을 내놓는 등 컨트롤타워 역할은 하지 않고 인상률만 낮추는 데 급급하다 보니 소모적인 논란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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