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부진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노동자 일자리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건설산업노조가 27일 새벽 서울 강남구 개포8단지아파트 재건축 현장에 있는 10층 높이 타워크레인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김아무개 노조 건설현장분과 서울지부 조합원이 타워크레인에 올랐다.

개포8단지 35개층 15개동(1천996가구) 재건축사업은 현대건설과 GS건설이 공동 시공한다. 대한전문건설협회 철근콘크리트협의회 소속 전문건설사 범강과 대흥 등이 골조공사를 맡고 있다. 이들 업체들는 지난해 양대 노총 건설노조와 각각 임금·단체협약을 맺고 조합원 고용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두 노조 모두 조합원 고용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어 왔다.

육길수 건설산업노조 사무처장은 "5월9일부터 개포8단지 아파트 공사현장에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채용돼 일하는데 민주노총 소속인 건설노조가 출입을 막으면서 어쩔 수 없이 타워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노조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건설현장 노노 갈등은 건설 고용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것과 관련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건설업 취업자는 199만3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설투자 감소세가 지속돼 전체 건설업 취업자가 11만8천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건설 고용시장이 쪼그라든 데다 건설업체들이 인건비가 싸고 젊은 외국인력 채용을 선호하면서 내국인 노동자들이 발 디딜 공사현장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토목건설 분야는 특별한 기술이 없는 외국인력도 쉽게 유입되는 곳"이라며 "이로 인해 노조 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최근 일부 조합원은 일자리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3중 4중으로 여러 노조에 가입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토교통부와 양대 노총, 건설 사용자(대한건설협회·대한전문건설협회)가 상생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난 23일 노사정 간담회를 진행한 이들은 다음주 한 차례 더 회의를 갖고 (가칭) '건설업 노사상생선언'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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