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조사위원회 김지형 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안전보건공단 서울북부지사 회의실에서 특조위 진행 경과와 조사 방해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기훈 기자>

발전사들이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 노동자 고 김용균씨 죽음의 진실을 밝히는 조사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위원장 김지형)가 27일 활동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특별조사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안전보건공단 서울북부지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일부 발전사와 협력사가 조사활동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거나 방해한 사실을 문서·진술로 확인했다"며 "정부는 특별조사위 조사활동 재개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특별조사위 출범 50일 어떻게 달려왔나

특별조사위는 김용균씨 사망사고 후속조치를 마련하기 위해 발전 5사가 운영 중인 전국 12개 발전소를 조사 중이다. 발전사 원·하청 조직구조와 노동권 문제, 안전기술 문제를 점검하고 대안을 찾고 있다. 지난달 1일 출범한 뒤 한 달가량 내부토론을 거쳐 조사방법과 활동계획을 설계했다. 이 과정에서 발전 5사 부사장과 각 발전사·협력사 노조간부와 간담회를 갖고 도움을 요청했다. 같은달 하반기부터 방문·설문·면접조사에 들어갔다.

특별조사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방문·설문·면접조사 과정에서 발전사의 조직적 방해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발전소 원·하청 노동자 대상 설문조사 과정에서 발전사측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모범답안지가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권영국 특별조사위 위원(변호사)은 "특별조사위가 배포할 설문지를 근거로 발전사측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 설문지 설명자료'라는 이름의 답안지를 작성해 현장에 돌렸다"며 "답안지를 근거로 설문에 응한 것을 보여 주는 여러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발전사·협력사 노동자들이 작성한 설문지 내용이 중간에 유출됐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특별조사위는 작성된 설문지를 업체별로 봉인한 뒤 "원청 발전사가 취합하고 봉인해서 특별조사위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설문지가 업체별로 뒤섞이고, 서류 봉투를 뜯거나 칼로 잘라서 개봉한 상태로 설문지를 특별조사위에 제출한 사례가 적발됐다.

발전사들이 특별조사위 활동을 공유하고 사전에 대비했다는 정황과 증언도 나왔다. 면담이 완료된 A발전소 면담 내용이 조사를 앞둔 B발전소에 보고서 형태로 전달됐다. 특별조사위 위원이 B발전소를 조사하러 갔다가 휴게실·사무실에 널려 있는 A발전소 면담보고서를 직접 확인했다. 권영국 위원은 "사측이 면접조사 대상자에게 사전에 문서를 전달해 숙지하도록 하거나, 면담 내용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도록 하거나, 대상자를 선정하면서 회사에 우호적인 사람으로 꾸렸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특히 "현장 조사를 앞두고 대대적인 물청소를 해서 평상시 작업환경을 점검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발전소 관계자 선의 믿었더니 부메랑으로 돌아와"

어디서 잘못된 것일까. 김지형 위원장은 "관계자 선의를 믿었다" 혹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고 표현했다. 특별조사위 관계자는 "발전 5사 부사장을 초청해 이번 조사가 죄를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위험한 현장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부사장들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김지형 위원장에게 약속까지 했다"며 "사전에 취지를 설명하고 요청하면 좋을 줄 알았는데 결과적으로 부메랑이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특별조사위는 지난 23일 내부회의에서 활동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국무총리실에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했다. 이낙연 총리는 보고를 받고 국무조정실·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에 사태 해결 조치를 지시했다. 특별조사위와 관련 부처들은 이번주 중으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별조사위는 발전사의 조사방해 진상파악과 관련자 처벌, 조사 방해행위에 대한 발전사 차원의 대국민 사과와 제보자 색출작업 금지를 요구할 계획이다. 조사 방해 금지도 요구한다. 특별조사위는 정부가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면 활동을 재개할 계획이다.

김지형 위원장은 "피조사자 선의에 의존하기보다는 방어심리를 예상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했어야 했다"며 "향후 조사활동에서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어 내자는 꿈을 갖고 출범한 특별조사위 활동에 더 많은 힘을 보태 달라"고 요청했다. 특별조사위 활동기한은 7월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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