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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보완방안’이 비판받는 이유] “기업 부담된다고 현장실습 안전기준 완화하는 게 정상입니까”
▲ 교육부
“현장실습생을 받는 기업이 학생 안전과 학습에 대해 부담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겁니다. 부담을 가져야만 하고요. 그런데 부담 때문에 취업이 안 되니 되돌리겠다니요. 학생이 죽고 다치는 건 상관없다는 건가요?”

하인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가 답답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직업계고 학생들이 현장실습에 나갔다가 죽어 나가는 일이 잇따랐는데 정부가 안전과 학습권을 보장해야 하는 기업 책임을 ‘부담’이라고 표현한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비판이다.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직업계고 현장실습 제도 보완방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1년 사이 현장실습 철학 바꾼 정부

정부가 학생 안전을 강조한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안정적 정착방안’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2월이다. 현장실습생 사고가 잇따르면서 제도보완 목소리가 비등해지자 부랴부랴 내놓은 대책이다. 정부는 정착방안에 안전한 환경에서 실습이 이뤄지도록 선도기업을 지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선도기업에서 실습하면 수업일수 3분의 2 시점부터 조기취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선도기업 지정은 최소 네 차례의 지도·점검 절차를 거쳐야 가능하도록 했다.

그런데 올해 정부는 제도 보완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업 방문점검 횟수를 최소 2회로 줄이기로 했다. “지도·점검 등 강화된 기준이 기업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이유였다. 정부부처·지자체 인정 우수기업은 선정기준을 고려해 현장실습 선도기업으로 인정한다. 선도기업 확대방안이다. 지난해 8천개였던 선도기업을 2022년까지 3만개로 늘리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현장실습 참여 학교와 산업체가 작성·구비해야 하는 서류를 감축하는 등 운영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안전기준을 충족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은 줄어들었다. 직업계고 3학년 2학기는 전환학기로 운영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3개월로 제한했던 현장실습 기간은 사실상 6개월로 늘었다.

1년 사이 두 번 발표한 현장실습 대책 사이의 간극은 컸다. 철학이 바뀌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하인호 활동가는 보완방안을 두고 “기업을 대변하는 관점으로 작성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의심은 정부가 자초했다. 정부는 보완방안 추진 배경으로 “안전사고 부담과 책무성 강화로 인한 산업체 참여 위축, 조기취업 기회 축소에 따른 학생의 진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습 부담, 현장실습 표준협약 위반 과태료 부담, 늦은 채용 등 기업의 참여유인 저하”를 지난 정책의 문제점으로 꼽은 대목도 있다.

하인호 활동가는 “정부 발표안을 뒤집어보면 그동안 기업들은 안전과 학습에 대한 부담을 가지지 않고 학생들을 받아 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사고가 반복돼 대책을 마련했는데 취업률 저하를 이유로 되돌린다는 것이 정상적인 발상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일반 노동자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둬야 하는 데 현장실습생은 학생 신분인 만큼 그보다 훨씬 더 안전해야 한다”며 “학생 안전을 위한 기준은 완화할 것이 아니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안전대책으로 내놓은 전담노무사 지정, 안전교육 강화는 “이런 정책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수정 공인노무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노무사라고 다 산업안전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며 “안전교육도 원격으로 진행되는 것인데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의문인 데다 ‘찾아가는 안전교육’은 의무사항도 아니고 몇 회에 걸쳐 충분한 안전교육을 할 여건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이들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나오면 학교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전담노무사에게 자문한다”며 “기본적으로 15시간의 안전교육을 온라인으로 받아야 현장실습을 나갈 수 있는데, 여기에 더해 안전보건공단이 ‘찾아가는 산업안전보건교육’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취업률보다 중요한 것은 취업유지율”

1년 만에 보완대책을 발표한 것을 보면 정부는 꽤 조급했던 듯하다. 유가족들은 의견수렴 절차도 미흡했다고 전한다. 정부는 직업계고 학생과 교사·기업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주장하지만 유가족들은 “반대 목소리는 듣지 않았다”고 반발한다. 노동인권네트워크와 전교조 등이 구성한 현장실습대응회의와 시민·사회단체도 유가족 주장에 힘을 싣는다.

여기에는 취업률이 자리 잡고 있다. 정부는 보완방안에서 “앞선 정부 방안으로 취업률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는 문구를 곳곳에 담았다. 정부는 물론 현장실습과 무관하다고 설명했지만, 보완방안을 발표하기 직전인 1월24일 “2022년까지 직업계고 취업률 60%를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내내 신규취업자 감소, 청년고용 정체로 보수야당과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었다.

그간 정부의 취업률 중심 정책은 성공하지 못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8년 말 발표한 ‘청소년 일 경험 제도 운영 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현장실습 이후 실습업체에 채용됐다고 응답한 55.7% 중 65.6%만이 해당 업체에서 계속 근무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3년 고졸자 취업진로조사'를 기반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다.

이수정 노무사는 “졸업식 전에 현장실습을 마구잡이로 내보내면 직업계고 취업률을 60%까지 올릴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학생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로 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졸업 이후의 삶이 더 긴데 당장 취업률을 높인다고 한들 성과라고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인호 활동가는 “현장실습 연계 취업을 한다고 해도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이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취업률보다는 취업유지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된 정부 방안에 따라 유지취업률(졸업 후 6개월, 1년 등)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올해 예산을 받았고 내년부터 이 조사가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장실습, 직업교육 관점으로 구현하길”

대응회의는 현장실습 제도를 교육에 관점을 두고 운영하라고 요구한다. 산업체에 학생들을 파견하는 방식의 현장실습을 폐지하는 대신 학교가 중심이 돼 주도적으로 직업교육과 현장실습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산업체에서의 실습이 필요하다면 한시적이고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수정 노무사는 “현장실습을 직업교육 관점에서 제대로 구현한다면 취업률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마치 현장실습이 없으면 취업이 안 되는 것처럼 도식적으로 몰고 가는 현재의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업계고 졸업자들이 주로 가는 곳은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인데, 학생들이 그곳에 가면 이미 그 사업장이 안고 있는 문제에 고졸이라는 취약한 입지까지 더해진다”며 “소규모 사업장이 괜찮은 일자리가 되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나영  joi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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