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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그래노조 창립에 부쳐
▲ 김형탁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지난 21일 사무금융연맹 장그래노동조합이 창립총회를 열었다. 오랜 인연을 가진 동지들이 자문 역할을 맡아 달라고 부탁해 지도위원 자리를 수락하고 참석했다. 총회라고는 하지만 요란함을 느낄 수 없는 조촐한 자리였다. 굳이 앞에 사무금융연맹이라는 말을 강조해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조촐한 출범식이었다.

처음 연맹에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조금은 난데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맹 내에 새로이 널리 알려진 사건이 발생한 것도 아니고, 또 연맹이 비정규직에 대한 전략 조직화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은 바 없었기 때문이다. 사무금융이 기금 출연 재단을 만들어 사회공헌사업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사업은 조직화 사업과는 다른 차원이다.

왜 이 사업을 시작하느냐고 물었다. 오래전부터 연맹에서 비정규직을 조직하는 사업을 시작하자는 결의만 해 놓고 정작 시도하지 못한 채로 왔는데, 이제 새롭게 시작해 보려고 한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 순간 ‘아, 또 순례자처럼 힘든 길을 걷는 이들이 생기는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조금 더 고민을 숙성시키고 함께할 사람도 좀 더 모으고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뗀 발걸음에 가타부타 말만 덧보태는 건 도리가 아니다 싶었다.

연맹에는 이미 비정규직 노조가 있다.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라고 하는 게 정확할 것 같다. 앞으로 장그래노조의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설계사노조가 대표적이다. 보험설계사노조는 아직 법적인 지위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가 오렌지라이프설계사노조의 설립신고를 받아들임으로써 보험설계사노조의 합법적 지위 성취에도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합법적인 보험설계사노조 출범은 노동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장그래노조는 일단 이 일에 진력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사무직종에서 노조로 조직해야 할 영역은 무진하다. 문제는 이삭줍기하듯 조직을 해서는 너무 고단한 일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면 이삭 많은 곳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되고, 결국 사업장 중심의 조직이 되고 말리라는 점이다. 형식은 일반노조이지만 행태는 몇몇 사업장 지부의 연합체가 되고 마는 길을 걷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긴 호흡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

서울 도심 제조업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두 사례를 직간접적으로 접하고 있다. 하나는 화섬노조와 전태일재단 그리고 서울노동권익센터가 공동으로 사업을 하는 봉제인 조직화 사업이다. 또 하나는 금속노조에서 추진하는 귀금속 세공노동자 조직화 사업이다. 외형상으로 보면 두 사례는 다른 접근법을 선택하고 있다. 봉제노동자 조직화 사업은 노동조합 내에 공제회를 매개로 노사 공동의 기반을 강조하고 봉제산업을 활성화하면서 노동자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모델이라면, 귀금속 세공노동자를 지칭하는 주얼리 노동자 권리찾기 사업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힘든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근로기준과 노조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서 어느 방식이 더 나은 것인가에 대한 시비를 논할 생각은 없다. 다만 막 출범한 장그래노조에 고유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을 하고 싶어 두 사례를 예로 들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에서는 독립노동자로 부르는 프리랜서들의 조직화에 관심이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고용사업주 없이 노동력의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의 노동에 대해 노동계가 깊은 관심을 가져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시절인연이 닿는다면 그 일에 직접 나설 생각도 있다. 장그래노조에 당장 이 일을 떠맡아 달라는 주문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참고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프리랜서 조직화를 위해서는 충분한 기금을 모아야 하고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선뜻 나서 일을 진행하기가 만만치 않은 사업이다. 그러나 조만간 어디에서부터인가 이 사업은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꼭 이 일이 아니더라도 장그래노조는 노동시장 변화에 주목하면서 독자적인 조직화전략을 세우기를 바란다. 흐르는 물이 돌멩이 하나를 만나 새로운 물길을 틀 듯이, 장그래노조 출범이 비록 지금은 자그마한 하나의 사건에 불과한 듯 보이지만 새로운 물길을 만드는 원초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마실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htkim82@gmail.com)

김형탁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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