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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저지 과정에서 입은 부상은 업무상재해일까조애진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조애진 변호사(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지난달 25일 저녁 국회의장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접수를 위한 경호권을 발동하자, 국회 의안과 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진·당직자들이 법안 접수를 시도하는 여당 의원을 비롯한 경호기획관실 직원들과 충돌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일부 보좌진과 당직자들이 갈비뼈를 다치는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별정직 공무원 신분인 보좌관은 논외로 하더라도, 정당 당직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보호대상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해 부상을 당했다면,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재해에 따른 요양급여 청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산재보험법 37조2항은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명시함으로써, 사고성재해 인정의 예외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이 사건과 관련해 특별히 문제가 된다.

이 사건에서 당직자의 행위는 특수공무집행방해·특수주거침입(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국회 회의 방해죄 등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설령 그 행위가 사용자의 강압적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행해진 것이라 하더라도,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존재하지 않거나 극히 제한된 경우가 아닌 이상 형사책임 자체를 면하기는 어렵다. 즉 법률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당직자의 행위가 범죄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어, 그 과정에서 입은 부상을 업무상재해로 인정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판례는 일정한 요건하에 노동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된 부상 등도 업무상재해 인정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예컨대 음주운전 중에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 하더라도 신호대기 정차상태에서 상대 차량의 후면추돌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등 통상 운행에 수반되는 위험이 현실화된 사고에 업무상재해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 뿐만 아니라 쌍방 폭행 사건에서 폭행, 즉 형사상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에도 당해 노동자의 범죄행위가 재해에 이른 직접적 원인이 아니라 간접적이거나 부수적인 원인이 된 경우라면 업무상재해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판례의 논리는 이 사건에도 유의미하게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정당 당직자들이 위법한 지시명령에 따른다는 인식과 더불어 어느 정도의 물리적 충돌을 예견하고서 불법행위에 나아갔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신체 손상까지 예견하거나 용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전제한다면, 당직자의 행위가 부상에 이르게 된 간접적이거나 부수적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을지언정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당직자의 부상을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보좌진과 당직자를 인간방패 내지 병풍으로 이용한 이 문제 정당은 종래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 과정에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피력함으로써 오랜 기간 개정안이 상임위원회에조차 상정되지 못하도록 한 바 있고, 최근에는 당대표와 한 의원이 쓰레기 수거차량에 보호장비 없이 매달려 이동하는 모습을 기사화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안전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소극적일 뿐만 아니라 때때로 반노동적 정서를 가감 없이 드러내기도 하는 정당이 소속 당직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배려의무를 이행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특정 정당과 같이 사용자의 노동안전 감수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른바 경향사업(특정한 신조나 사상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사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노동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를 받거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종사하는 일터가 노동안전보건의 취약지대에 해당한다면, 그들에게 일어난 업무상부상 또는 질병에 대한 노동관련 법제의 보호 필요성 또한 크다고 할 것이다.

만약 문제의 정당에서 산재신청 절차에 협조하지 않더라도 지난해부터는 재해자가 산재신청을 하기 전에 사업주에게 확인을 받아야만 하는 ‘사업주 확인제도’가 폐지됐으므로, 부상을 당한 당직자는 정당의 확인 없이 산재신청을 할 수 있다. 사업주가 자비치료를 종용하는 등 산재신청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이 또한 ‘산재은폐’라는 중대범죄를 구성할 수 있으므로 증거를 확보한 후 고용노동부에 신고함으로써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부상을 당한 당직자들이 충분한 요양가료 후 업무에 복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조애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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