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지선 변호사(법률사무소 지선)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이 통과되고, 고용노동부는 “법의 보호대상 확대”라는 말로 시작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누가 어떤 법의 보호를 받는지는 그 법의 존재이유, 실효성과 직결되는 가장 기초적이자 중요한 문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는 사람은 정말 확대됐을까? 확대됐다면 얼마나 확대됐을까? 아쉽게도 혹은 이상하게도 지금 답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산업안전보건법 3조1항은 “이 법은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유해·위험의 정도, 사업의 종류·규모 및 사업의 소재지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에는 이 법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해 적용제외를 대통령령으로 위임했고, 최근 입법예고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이 여전히 구법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입법예고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별표1은 법 적용제외 대상을 1~6호로 정하고 있는데, 다른 법이 있는 1호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2~6호의 산업안전보건법 29조(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 적용제외는 이해하기 어렵다. 안전·보건교육은 노동자가 자신의 일의 위험을 알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에서 안전·보건체계의 근간에 해당하고, 노동자의 알권리를 고려하면 필수다. 현행 적용제외 규정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예외라고 하기에는 해당하는 사업·사업장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 산업 구성에서 서비스업 등 제조업 이외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려할 때 이는 시정돼야 한다. 2018년 국가통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은 30%, 서비스업 비중은 59.1%다. 2018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제조업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의 21.8%였고 어업·농업·금융보험업 같은 기타산업 노동자는 52.7%였다.

둘째, 내용상으로도 제외된 사업이 안전한 일터라고 보기 어렵다. 별표1의 2호에서 규정한 IT업계·은행·증권사 노동자와 사회복지사는 대표적인 과로업종이다. 3호에 적시된 영화·비디오물·방송프로그램 제작환경의 열악함은 잘 알려져 있고, 보건업 과로도 마찬가지다. 콜센터 등 사무직이나 5인 미만 사업장이 안전한 일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현재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 구성과 뇌심질환·정신질환 등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업무상질병을 고려할 때 이는 시정돼야 한다.

셋째, 안전·보건교육 없이 일을 한다는 것은, 다소 극단적으로는 노동자는 무엇이 위험하고 안전한지 모르고 일을 하게 된다는 의미인데 이로 인해 발생한 사고와 질병은 일차적으로는 노동자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제도가 있지만 그 증명책임은 노동자에게 있고 승소를 해도 몇 년이 소요된다. 법률적으로 몰랐던 일에 책임을 지는 결과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다.

넷째,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등 교육방법이 다양화됐다. 대면하고 하는 교육이 최선이라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지만 교육을 아예 받을 수 없는 것보다는 위탁교육이나 인터넷 동영상을 활용한 교육이라도 받는 편이 낫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문제점이 31조(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무직과 상시근로자 5명 미만을 사용하는 사업장에는 많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데 노동부의 2018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전체 재해의 31.83%(전체 재해율 0.54%, 5인 미만 1.07%), 사망재해의 22.36%(전체 사망만인율 1.12, 5인 미만 1.58)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1조).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3조). 이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과 취지와 노동자 간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면 법 적용제외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별표1은 최소한 법 29조(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 적용제외부터라도 삭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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