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앞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대우조선 매각저지, 조선 구조조정 분쇄, 금속노조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집회를 마치고 현대중공업 계동 사옥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결정하는 31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조선소 노동자 1천여명이 서울 도심에서 "물적분할 반대"와 "대우조선 매각 반대"를 외쳤다.

금속노조와 현대중공업지부·대우조선지회·조선업종노조연대·재벌특혜대우조선매각저지전국대책위원회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서울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현대중공업 주주총회 저지를 결의했다.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저지가 대우조선 매각저지 투쟁"

현대중공업은 31일 주주총회에서 물적분할을 결정한다. 현대중공업이 분할되면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신설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쪼개진다. 한국조선해양은 존속법인이 되고, 울산에 있는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의 100% 자회사가 된다.

지부는 물적분할로 현대중공업이 부채만 떠안고 생산기지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분할계획서에 따르면 7조500억원에 달하는 유동·비유동부채는 신설회사인 울산 현대중공업으로 넘어간다. 현금성자산 대부분은 한국조선해양에 남긴다. 배를 팔아 남는 이윤을 본사로 귀속할지, 울산 공장 이익으로 할지도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이 결정한다. 사업 포트폴리오 구성·투자·인력규모·모회사와 자회사 간 손익이전 결정권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결국 울산에서 열심히 배를 만들어 팔아도 수익의 대부분이 한국조선해양으로 귀속되면 현대중공업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지부 설명이다. 노동조건 악화와 고용불안은 정해진 수순이 된다.

박근태 현대중공업지부장은 "3월8일 본계약은 막지 못했지만 31일 물적분할은 반드시 막아 내겠다"며 "주주총회를 막으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태호 대우조선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 투쟁이 곧 대우조선 매각저지 투쟁"이라며 "두 회사가 합쳐지면 시설·인원 축소와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금속노조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주주총회를 막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단협승계" 약속에 노동자들은 '분통'

지부는 지난 16일 첫 4시간 파업을 시작으로 주말을 제외하고 이날까지 닷새째 시한부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물적분할 여부를 결정하는 31일 주주총회 때까지 파업한다. 23~24일 전 조합원 4시간 파업을 하고, 27일에는 7시간 파업을 한다. 28일부터 주주총회 날까지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이 늘어나고 지역 반발이 심상치 않자 현대중공업은 21일 한영석·가삼현 공동사장 명의로 담화문을 내고 "단체협약 승계와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회사의 담화문 발표는 되레 노동자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집회에서 만난 현대중공업 노동자들은 "단협승계 약속은 소가 웃을 일"이라며 "더 이상 속지 않겠다"고 입을 모았다.

최현철(48)씨는 "24년을 현대중공업에 다녔는데, 속을 만큼 속았다"며 "회사는 단 한 번도 약속을 지킨 적이 없다"고 반발했다. 최씨는 "유관홍 전 사장은 '2년만 참으면 세계 최고 대우를 받게 해 주겠다'더니 2년도 못 채우고 퇴직금만 챙겨 나갔고, 권오갑 부회장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는 담화문을 발표를 하자마자 구조조정을 했다"며 "노동자들은 회사를 믿고 따랐는데 뒤통수만 맞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단협승계 약속도 믿지 못하겠다는 얘기다.

이용우(48)씨는 볼펜으로 담화문을 한 줄 한 줄 그어 가며 비판했다. 이씨는 "단협승계를 말하면서도 노사 실무협의체에서 협의하자고 하고,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내용도 없다"며 "사탕 하나 줄 테니 울지 마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물적분할이 되면 울산 현대중공업은 거대한 노가다 인력사무소가 될 게 뻔하다"며 "사활을 걸고 막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집회가 끝난 뒤 서울 계동 현대중공업 사옥으로 행진한 참가자들은 사옥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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