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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노조가 먼저 준비해야김형규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 김형규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한 노동조합에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교육을 다녀왔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하나의 법률이 아니라 근로기준법 76조의2와 76조의3, 개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 등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노동조합은 올해 7월16일로 예정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앞서 일찌감치 조합원 교육을 요청한 터였다. 교육 중 어떤 조합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관리자가 ‘칼퇴근’하는 부하직원에게 장난조로 ‘벌써 가냐’고 묻는 것은 직장내 괴롭힘인가요? 조합원의 물음에 답하려면 조금 둘러 가야 한다.

먼저 직장내 괴롭힘이란 무엇일까? 누군가는 직장과 노동 자체가 괴로움의 근원이자 정수(精髓)일진대 직장내 괴롭힘을 따로 정의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우리에게는 개정 근로기준법 76조의2 정의규정이 있다.

근로기준법 76조의2는 직장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정의한다. 쪼개어 보자면 ① 행위자는 사용자와 근로자(노동자)고 ② 지위의 우위 혹은 관계의 우위가 존재하고 이를 이용해야 하며 ③ 업무관련성이 있되 적정한 범위를 일탈해야 하고 ④ 신체적 고통 또는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켜야 한다. 그런데 여전히 추상적이다. 대강은 알겠는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매뉴얼도 있다. 노동부는 매뉴얼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 일상적인 대우 등에서 차별함” “정당한 이유 없이 부서이동 또는 퇴사를 강요함”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을 퍼뜨림” “의사와 상관없이 음주·흡연·회식 참여를 강요함” “집단 따돌림” 같은 예시를 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는 의미가 분명하지 않다.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애매함이나 모호함은 애초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어떤 행위가 직장내 괴롭힘인지를 가려 내서 그 행위자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닌 탓이다. 개정 근로기준법 76조의3을 보자.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에게 직장내 괴롭힘에 관한 조사 의무, 피해자 보호 의무, 징계 등 조치 의무를 부여할 뿐 행위자에 대한 처벌규정을 갖고 있지 않다. 심지어 사용자가 그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처벌하지 않는다. (처벌규정은 신고자·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만 있다.) 사용자 스스로 잘 알아서 직장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해 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황스러운 것은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의 최고봉은 사용자고, 업무상 적정범위를 가장 쉽게 넘는 것도 사용자고,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가장 자주 하는 것도 사용자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고 도둑에게 경찰복을 입히는 가증스러운 법에 불과할까.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 개정 근로기준법 93조11호가 취업규칙의 필요적 기재사항으로 “직장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이제 취업규칙을 개정 또는 신설해야 하는데, 괴롭힘 발생시 조치에 징계가 포함되므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쳐야 하고, 따라서 과반수 노동조합은 그 동의권을 지렛대 삼아 조사기구의 독립성과 절차의 투명성 등 사용자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아니라면 (그리고 과반수더라도) 단체협약으로 노동조합의 참여권을 확보해 조사기구가 실질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결국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노동조합의 참여를 통해서만 그 입법 목적이 온전히 실현될 수 있는 셈이다.

이제야 조합원의 물음에 답한다면 그러한 행위가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는 장차 개정될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장차 구성될 조사기구에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참여 여부에 따라 대답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노동조합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한 발 먼저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나도 삶이 괴롭기는 남들과 같지만 “삶은 곧 고통”이라거나 노동은 본래 괴로운 것이라는 말을 믿지는 않는다.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상 직장과 노동은 좋든 싫든 우리 삶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김현 선생의 말대로 우리는 고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스럽기 위해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제거할 수 있는 고통은 제거해야 한다.

김형규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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