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예슬 기자
"최저임금에 복리후생비가 포함되면서 올해 임금이 지난해보다 6만7천840원 줄었어요. 교육청이 그동안 공제하지 않던 식대를 올해 5만원씩 공제해 실제 월급은 12만원 가까이 감소했고요. 매일 밥하면서 우리끼리 이야기해요. 지난해보다 올해가 나아져야 하는데 왜 더 나빠지냐고."

학교에서 조리실무자로 일하는 조영란 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부지부장이 한숨을 쉬었다. 2019년 최저임금은 8천530원으로 지난해 대비 10.9% 상승했지만 조씨의 임금은 감소했다. 지난해 5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시행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탓이다. 개정 최저임금법은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과 식대·교통비 등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용자가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복리후생비를 쪼개 기본급으로 지급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부담을 줄일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임금인상, 최저임금 인상 폭 못 미쳐

노동계가 반발하자 지난해 6월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관련 Q&A에서 "임금인상이 덜 될 수는 있지만 임금이 이전보다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현실은 달랐다. 민주노총이 8일부터 16일까지 68명을 자체 조사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 이후 적지 않은 노동자가 상여금·수당 삭감을 겪었고 이는 임금 감소로 이어졌다. 조사는 온라인 제보(36명)와 민주노총 상담센터(32명)를 통해 이뤄졌다.

민주노총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최저임금 개악 피해사례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 통과 이후 기업은 △상여금 삭감·기본급화(22%) △수당 삭감·기본급화(20%) △휴게시간 확대·근로시간 축소(16%)를 활용해 최저임금 인상부담을 줄였다. 사용자의 부담 감소는 노동자 피해로 돌아왔다.

환자를 이송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병원노동자 A씨.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A씨는 17만1천380원 오른 월 임금을 받아야 하지만 A씨 임금은 12만1천380원 올랐다. 실제 인상 폭보다 5만원 적었는데 병원은 지급하던 식대 5만원을 없앴다. 상여금을 삭감하거나 기본급화하는 곳은 제조업에 집중됐다. 상담센터에 제보된 사례 32건 중 제조업 제보사례가 26건인데 이 중 81%(19건)가 상여금을 삭감하거나 기본급화한 사례에 해당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바뀌는 임금체계"

노동자는 자신의 임금체계 변경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상여금·복리후생비 삭감이나 쪼개기 지급으로 임금 감소를 겪었다. 유근영 마트산업노조 조직국장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상여금을 기본급에 녹이고 교통비·식대·인센티브제도 등이 거의 사라졌다"며 "하지만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해당하는 내용을 별다른 절차 없이 노동자에게 일방 통지 후 개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94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 노조가 없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문제가 더욱 컸다. 노조 없는 노동자가 대부분인 온라인 제보 사례(36명)를 보면 노동자는 취업규칙이 바뀌었다는 것을 구두로 통보받거나(41%) 아예 고지를 받지 못한 경우(22%)가 많았다. 추후 자신에게 불리하게 변경된 근로조건 내용을 알게 됐지만 55%는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최저임금법 개악 과정에서 최저임금법만 특례규정을 도입해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취업규칙 개악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며 "근로기준법에 맞춰 최저임금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30인 미만 사업장 근로감독 강화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통상임금화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6월 초 2019년 최저임금 투쟁선포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갖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될 때까지 최저임금 인상·최저임금 개악 원상회복을 내걸고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