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사내하청을 사용하는 공공기관 사업장 10곳 중 8곳 이상이 하청노동자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위험한 장비를 운영하거나, 하청과 함께 안전점검을 하지 않는 공공기관이 많았다. 제2의, 제3의 김용균씨 같은 희생자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전·지역난방공사·원자력환경공단 포함
91개 사업장 적발, 59곳 과태료 1억3천만원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 사내하청을 많이 사용하는 공공기관 104곳을 대상으로 한 안전점검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한 개 이상 사내하청업체에 도급을 주면서 원·하청 직원을 합쳐 100명 이상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안전을 점검했다. 하청노동자 보호를 위한 안전·보건조치 이행 실태와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정비·유지·보수작업 안전수칙 준수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노동부는 104곳 중 87.5%인 91곳에서 법 위반을 적발했다. 원청이 하청과 함께 안전점검·순회점검을 하지 않았거나, 유해·위험한 기계·기구에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사업소는 추락위험 장소에 안전시설을 갖추지 않고, 기계 끼임사고 예방조치를 하지 않았다. 한국전력공사 평택지사는 배전반 감전 예방조치를 하지 않은 데다, 노동자에게 특별안전보건교육을 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월성지역본부는 하청업체와 함께 합동안전점검을 하지 않았다. 고소작업대 안전장치 설치의무도 어겼다.

노동부는 91개 사업장에 378건의 시정지시를 했다. 이 중 59곳에는 과태료 1억3천만원을 부과했다.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유해·위험 기계·기구를 사용한 사업장에는 사용중지명령을 내렸다.

기계·기구 사용중지명령을 받은 곳은 지역난방공사 강남지사(압력용기), 양주시 시설관리공단(굴절크레인), 원자력환경공단 월성지역본부(고소작업대), 충주시 시설관리공단(지게차)이다.

하반기에는 공공발주 공사현장 점검
“상벌제도로 실효성 확보해야”


이번 점검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올해 3월19일 발표한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 후속조치다. 정부 대책은 지난해 12월 태안 화력발전소 비정규직 고 김용균씨 사망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김용균씨는 원청이 노동자들의 설비개선 요구를 묵살하는 등 안전·보건조치가 미흡한 가운데 혼자 일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공공기관 점검 결과는 제2·제3의 김용균씨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박영만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법 위반 사항은 모두 개선하도록 하고 주무부처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는 하반기에는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현장까지 안전점검을 할 계획이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부가 관계부처 합동 대책과는 별도로 안전점검을 강화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범부처 차원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개선해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확실하게 주면서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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