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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광주민중항쟁 39주년 소감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지난 18일 광주민중항쟁 39주년을 맞았다. 광주항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인생 항로를 바꿨다. 수많은 청년이 출세를 포기하고 운동가가 되고 혁명가가 됐다. 그들은 다 어디 가고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따위가 이 항쟁을 우롱하고 있으니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1980년 5월 광주 민중학살은 유례없이 특이하다. 한 무리의 정치군부가, 외적에게서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이 오로지 정치권력을 찬탈하기 위한 책략으로 한 지역의 국민을 사냥감 삼아 무참히 학살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더욱 우리 마음을 착잡하게 하는 것은 이 사건이 있고 나서 40년이 다 되도록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태우 정권하 여소야대 국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가 구성되고 광주청문회가 열려 ‘광주사태’는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규정됐다. 김영삼 정권하에서 전두환·노태우 전직 두 대통령이 재판을 받았으나 고작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더구나 김영삼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당선 직후 회동·협의해 임기 종료 전 이들을 특별사면·복권했다. 그리고 김대중 정권하에서 망월동에 5·18 희생자와 유공자들의 국립묘역이 조성되고, 5월18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그 결과 우리 민중은 아직 5·18을 민주주의를 위한 선배 민중들의 영웅적 투쟁의 날로 기념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국가에 의해 부당하게 희생된 슬픔과 분노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독재를 위해 군대를 동원해서 민중을 학살한 사건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저질러졌는지 그리고 민중이 왜 하나가 돼 목숨을 건 항쟁으로 떨쳐나서게 됐는지 그 진상이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그렇게 투명하게 밝혀지기는커녕 5·18 광주 민중들의 투쟁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침투해 일으킨 폭동이라는 주장이 활개 치고 있다. 학살자 전두환이 자신의 회고록에 버젓이 그렇게 쓰고 있다. 그는 자신이 5·18 피해자라고 떠벌린다. 그의 부인 이순자는 한술 더 떠서 남편 전두환을 ‘민주주의의 아버지’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군사파쇼를 계승한 민간파쇼 정치세력이 진실규명을 방해하고 왜곡한 때문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 못지않은 원인은 민주주의를 표방한 정치세력 또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불철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보세력 또한 광주 민중학살·민중항쟁 진실규명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군사파쇼 계승 민간파쇼 정치세력을 단죄함과 동시에 자유주의 정치세력을 강도 높게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진보정치세력에도 반성을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촛불정권 운운하는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촛불혁명 이후 5·18에 대한 증언이 이어지고 진실도 차츰 밝혀지고 있다. 전일빌딩에 박혀 있던 총탄흔적이 확인됐고 헬기 사격이 있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희생자들을 암매장한 사실과 위치에 대해서도 증언이 잇달았다. 성폭행당한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도 있었다. 또 최근에는 전두환이 발포와 학살을 명령했다는 증언과 함께 그 증거인 “각하께서 굿 아이디어(Good idea)”라고 했다는 기록도 밝혀졌다. 전직 보안사 특명부장 허장환씨는 “5·18은 계획된 시나리오였다”는 증언을 했고, 전직 미군 정보요원 김용장씨는 5·18 당시 군 편의대가 침투·공작해서 시위를 폭력화·과격화시켰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이전 자유주의 정권들과 마찬가지로 진실규명에 미온적이다. 군사파쇼 계승세력과 너무 타협적이고 협조적이다. 진정성이 있다면 학살범죄를 소멸시효 없는 반인륜범죄로 규정하고, 학살자들 구속과 수사를 즉각 재개해야 할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사건에 미국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분명하게 밝히는 일이다. 미국의 사과를 받아 내고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민주주의 우군인 줄 알았던 미국이 군사파쇼 세력의 우군이 돼 민중을 학살하도록 방조했기 때문에 민중은 그때부터 반미 자주화 투쟁으로 떨쳐나섰다. 그리고 반파쇼 민주화운동을 넘어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 혁명운동에 나섰다.

제주4·3이 항쟁으로 명명돼야 하듯 5·18도 진실을 은폐·왜곡하는 이름인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민중항쟁’으로 바르게 명명돼야 한다. 그리고 제주4·3이 그러하듯이 반드시 미국의 역할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나아가 10·26에서 5·18에 이르는 정변 과정에 미국이 어떻게 관여했는지도 밝혀야 한다. 그런 흑역사를 모두 백일하에 드러내야 한다.

5·18 광주민중항쟁 39주년을 맞이해 5·18 광주민중학살의 진실을 규명하는 전 노동자의 투쟁을 촉구한다. 그 학살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그 책임자들을 철저하게 처단하고 책임을 지우는 역사적 투쟁을 개시하자고 제안한다. 전두환 일당과 그 계승세력뿐 아니라 그들과 암묵적으로 공모한 이 땅 모든 기득권 정치세력과 투쟁할 것을, 나아가 이 모든 역사적 사건의 배후에 똬리를 틀고 있는 미 제국주의와 투쟁할 것을 제안하고 촉구한다. 이런 역사청산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 나라에는 양심이니 진실이니 하는 것이 존재하지 못할 것이며, 더불어 살기니 정의니 하는 것은 꽃피지 못할 것이다. 노동해방·인간해방은 더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투쟁을 통해 5·18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아니라 광주민중항쟁으로 올바르게 자리매김하자. 그럼으로써 이날을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분노를 표하는 날을 넘어 선배 민중들의 영웅적 투쟁을 기리는 날로 자리매김하자. 이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노동자의 역사적 사명이다. 이 사명을 완수하려면 가열찬 투쟁과 함께 반드시 민중권력을 수립하는 문제에 도전해야 할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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