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던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갈등이 간신히 봉합됐다. 2018년 임금·단체협상으로 1년 가까이 극한 갈등을 겪은 노사가 16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가 핵심적으로 요구한 노동강도 개선의 경우 일정 부분 성과를 냈지만, 조합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21일 조합원총회에서 잠정합의안이 추인될지 주목된다.

노동강도 완화 일부 성과
골병 주범 'UPH 하향조정' 불발


노사 '2018년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기본급은 동결하고 보상금(100만원)과 중식대 보조금(3만5천원)을 지급한다. 성과급 976만원(이익배분제·성과격려금 등)과 미지급 생산성 격려금(PI) 50%를 주기로 했다. PI 300%는 이미 지급됐다.

노사는 쟁점 중 하나였던 전환배치와 관련해서는 "전환배치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단협 문구에 반영한다"는 데 합의했다. 노조는 현행 단협상 외주화·전환배치시 노사 '협의' 규정을 '합의'로 고치자고 요구했다. 2012년 복수노조 체제가 된 후 노사 상생을 이유로 '합의' 조항이 '협의'로 변경되면서 전환배치·외주화가 회사 의도대로 운용됐다는 판단에서다. 회사는 협의를 합의로 변경하는 것은 인사·경영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교섭 과정에서 노조가 "합의에 준하는 문구를 넣자"거나 "본인 동의라도 구해야 한다"는 취지의 양보안을 내놨지만 관철되지 못했다.

노조가 노사 합의를 요구했던 외주·용역 전환은 "노사 일방 요구시 분기별 1회 정기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한다"는 내용으로 정리됐다.

이번 교섭에서 노조가 주안점을 뒀던 '노동강도 완화'는 일부 개선됐다. 직업훈련생 60명 충원, 주간조 중식시간 연장(45분→60분),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해 올해 안에 10억원 설비투자를 진행하는 선에서 합의됐다. 근무강도 개선위원회는 활성화하기로 했다. 부산지역 노동계 관계자는 "연구개발(R&D) 분야 투자에 비해 설비투자에 유독 인색했던 르노삼성이 설비투자에 10억원을 쓰기로 한 것은 눈여겨볼 지점"이라고 말했다.

노조의 시간당 생산대수(UPH) 하향 조정(60대→55대) 요구는 불발됐다. 컨베이어벨트 속도를 낮춰 1시간에 60대씩 만들던 것을 55대로 줄이자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생산성이 떨어진다"며 끝까지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국은 막자" 노사 공감대
잠정합의안 21일 조합원 총회에서 가결될까


이번 잠정합의안은 전면파업 등 파국은 피하자는 데 노사가 공감대를 이뤘기에 나온 결과물로 평가된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한 교섭이 1년 가까이 마무리되지 않자 노사 모두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조가 받은 압박이 컸다. 지난해 연말 집행부 선거에서 새로 뽑힌 박종규 위원장은 "돈도 필요 없으니 노동강도를 줄여 달라"는 조합원들의 요구가 커지자 전례 없이 강경한 태도로 임단협 투쟁을 이어 갔다. 그러자 "파업을 계속하면 신차 물량 8만대가 날아간다"는 식의 공포마케팅에 가까운 공세가 이어졌다. 노조를 향한 언론의 '묻지마 비난'까지 더해졌다.

당초 노조는 지난 14일 28차 교섭을 앞두고 "회사가 전향적인 안을 가지고 오지 않으면 21일 전면파업을 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노조가 전면파업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 가운데 15일 노조 내부에서 "갈등이 더 이상 길어져선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노사는 16일 새벽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한 노동전문가는 "애초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교섭이 진행된 만큼 아쉬운 점은 있다"면서도 "초국적 글로벌 자본의 횡포에 더 이상 노동자들이 숨죽이고 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은 성과"라고 말했다. 조합원 사이에서는 "할 만큼 했다" 혹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조합원 총회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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