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원인 한 사람이 경기도콜센터 상담사 A씨에 불만을 품고 경기도청을 찾아 자해소동을 벌였다. A씨는 퇴근시간에 혹시 민원인을 마주치지는 않을까 불안에 떨어야 했다. 상당수 상담사는 A씨처럼 악성민원으로 고통받는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16년 콜센터 상담사 1천12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9명(93.3%)이 '근무 중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했다.

고객의 악성민원은 상담사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한다. 2014년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한 상담사가 고객갑질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2018년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적절한 조치를 취해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원청이 수탁사에 책임을 미루며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 역시 민간기업과 다르지 않았다.

"직접 계약당사자 아니라고 나 몰라라"

15일 희망연대노조 경기도콜센터지부에 따르면 민원인이 지난달 17일 문에 머리를 박는 등 자해소동을 일으켰다. 민원인이 '다른 기관 연결'을 요구했지만 상담사 A씨가 "다른 기관 연결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는 이유다.

A씨와 노조는 고소·고발 등 강력한 조치가 없다면 민원인의 행동이 재발돼 상담사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경기도와 민간위탁업체에 각각 공문을 보내 사건의 경과와 시행조치를 물었다. 하지만 경기도 관계자는 민간위탁업체에 문의하라고 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민간위탁업체가 경기도콜센터를 관리·운영하고 있으니 자세한 내용은 민간위탁업체에 문의하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위탁업체 조치는 미흡했다. 이 업체는 노조에 공문을 보내 "유사 민원이 발생할 경우 관심고객으로 등록해 재 인입시 팀장과 민원팀에서 응대하겠다"며 "피해 상담사에게는 건강장해 예방조치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A씨 주장은 다르다. 그는 "건강장해 예방조치로 사건 이후 민원인과 격리하는 등의 조치와 상황 공유는 이뤄졌으나, 민원인 고소고발을 비롯해 사건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해결됐는지는 사측에서 안내받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민원인은 별다른 조치 없이 귀가했다. 경기도와 민간위탁기관의 미흡한 대처로 A씨와 동료는 다시 불안에 떠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감정노동자보호법 원청 책임 규정해야"

지난해 10월 감정노동자 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A씨는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원청에 책임을 지우지 않는 문제를 제기했다. 원청은 고객응대서비스를 하청업체에 위탁하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는 책임을 피해 간다는 비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고객 폭언·폭행을 비롯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와 업무 일시 중단과 전환 같은 필요한 조치 의무를 지우고 있다. 하청업체에 소속된 노동자라면 원청에 조치를 요구할 수 없게 되는 한계가 있다.

이정훈 서울시 감정노동종사자 권리보호센터 소장은 "콜센터나 백화점 업체는 파견·용역업체 소속인 경우가 많지만 산업안전보건법은 원청에 책임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며 "원청 책임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경기도는 원청으로 경기도콜센터를 지휘·감독하고 있어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책임이 있다"며 "경기도콜센터 노동자를 직접고용하기 전이라는 이유로 상담사들 처우 문제를 모르는 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콜센터 노동자들은 7월1일부터 경기도에 직접고용된다. 지부는 현재 경기도측과 직접고용 뒤 임금체계를 포함한 처우를 놓고 협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경기도청측이 민원인의 처벌을 원치 않아 별도의 조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해당 민원인의 경우 유사 전력이 있는 만큼 관련 자료를 모아 고소·고발을 한다면 수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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