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나영 기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서 3단계 전환 대상으로 분류된 민간위탁 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에 오분류 조정신청서를 접수했다. 노동부는 1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용역)인데도 개별기관이 3단계(민간위탁)로 잘못 분류한 사무를 재검토하는 절차를 추진 중이다. 15일까지 의견을 받아 이달 말에 오분류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용역노동자와 민간위탁 노동자를 자의적으로 구분한 탓에 1단계로 전환됐어야 함에도 정규직 전환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며 이들의 직접고용을 촉구했다.

“계약의 주된 목적이 노무공급이라면 용역으로 봐야”

정부는 2017년 7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3단계로 나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 1단계엔 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 2단계엔 지자체 출연기관·공공기관 자회사 비정규직(기간제·파견·용역)을 포함했다. 민간위탁 노동자는 3단계로 구분했다.

문제는 1·2단계에 포함된 용역 노동자와 3단계에 포함된 민간위탁 노동자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2월 정부는 정규직 전환 마지막 단계인 민간위탁 분야 정규직화 관련 지침을 발표하면서 정규직 전환 결정을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사실상 정부가 민간위탁 정규직 전환을 포기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민간위탁과 용역의 구분 기준이 의제로 떠올랐다.

박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2017년 정부가 선포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원칙은 간접고용 분야를 전면적으로 정규직 전환하는 것”이라며 “노동부가 1단계 전환 대상을 판단할 때 ‘공공부문 상시·지속업무에 대한 노무공급’ 여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계약 외관상 민간위탁·사무대행 같은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계약의 주된 목적이 노무공급이라면 용역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무공급으로 볼 수 있는 요건으로 △업무수행을 위한 적정인원을 명기해 계약하는 경우 △인건비·보험료 등 노동자 노무제공을 기준으로 연말정산을 하는 경우 △계약금액 산출시 노동자 인건비를 구체적으로 산출하는 경우 △대행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하도급한 경우 △과업지시서 등을 통해 업체 소속 노동자의 노동조건에 대한 결정 또는 상당한 지시·감독을 하는 경우를 제시했다.

“정부 잘못된 신호 보내면 지자체는 정규직화 역행한다”

3단계 분류 노동자들은 직접고용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기도 안산에서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을 하는 김만석 민주연합노조 안산지부장은 “날카로운 것에 베이고, 차 위에서 떨어지고, 전깃줄에 걸리고 혼자 작업하다 후진하는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환경미화원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정부가 직접고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산업재해를 당한 환경미화원은 1천800여명이고, 이 중 18명은 사망했다. 사망자 중 16명은 위탁업체 소속이었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는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무가 민간위탁사무로 예시됐다. 올해 2월 정부 지침에도 1단계 오분류 사무 예시로 실내청소·경비만 제시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무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노동부 고객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전화상담원도 상황이 비슷하다. 노동부는 고객상담센터를 천안·안양·광주·울산 4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울산고객상담센터 전화상담원들만 직접고용했다. 천안고객상담센터에서 일하는 조미선씨는 “4개 고객상담센터 전화상담원들이 하는 일은 거의 비슷하지만 위탁 상담원들과 직접고용 상담원들 간에는 기본급·명절상여금·급식비·복리후생 차별이 있다”며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직접고용이 해답”이라고 말했다.

김성규 지역일반노조 위원장은 “인천시 남동구는 2015년부터 직접 운영하던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올해 다시 민간업체로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앙부처가 잘못된 신호를 내보내면 지역에서는 오히려 정규직화 역행으로 번진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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