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MBC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해고무효확인 사건 판결이 나올 때까지 근로자 지위를 얻게 됐다.

서울서부지법 21민사부(재판장 김정운)는 13일 이선영씨 등 8명의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MBC의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해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 가처분 판정은 본안 소송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법원이 MBC에 계약직 아나운서 복직을 명령한 것으로 풀이된다.

MBC는 2016년 4월 6명, 2017년 5월 5명의 전문계약직 아나운서를 채용했다. 1년 단위 근로계약을 맺었다.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이 취임하고 경영진이 교체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3월 MBC는 11명의 아나운서를 대상으로 역량평가를 한다며 특별채용절차를 밟았다. 특별채용 결과 11명 중 10명이 계약갱신을 거절당했다. 아나운서들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고, 서울지노위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도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다.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MBC는 그러나 올해 3월 중앙노동위 판정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아나운서들은 MBC를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서부지법은 예상대로 계약갱신 기대권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종료되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부당하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MBC가 정규직 아나운서와 같은 채용절차와 교육과정을 거쳐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방송에 투입한 점 △공개채용 공고에 '평가에 따라 계약연장 가능' '향후 평가 등 MBC 내부 기준에 따라 고용형태 변경 가능'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던 점 △특별채용 절차 관련 계약직 아나운서들과 별다른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임금지급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가처분 결정 송달일부터 복직시 또는 해고무효확인 사건의 판결 선고시 중 먼저 도래하는 날까지 매월 25일에 아나운서들에게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임시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나운서들을 대리한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법적 다툼은 사실상 종결된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최승호 사장 결단만 남았다"며 "노동자들을 괴롭힐 목적이 아니라면 아나운서들을 복직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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