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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

한국은 1991년 12월9일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했다. 노태우 정권 때였다. 1919년 출범한 ILO는 지금까지 189개 협약을 제정했다. 한국 정부는 29개 협약을 비준했다. 2014년 비준한 ‘해사협약(MLC, 2006)’은 이미 비준했던 53호(상선근무자 자격, 1936)와 73호(선원 건강검진, 1946)를 대체한 것이라 할 때 사실상 한국 정부가 비준한 협약은 27개에 불과하다. 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이 비준한 협약은 평균 73개다.

ILO가 회원국의 비준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일터에서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한 8개 기본협약 가운데 정부는 강제노동 철폐를 규정한 29호(1930), 노사 단체에 대한 결사의 자유를 보장한 87호(1948), 노동자 단체교섭권 보장을 위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한 98호(1949), 반체제 인사와 파업 참가자 처벌 목적의 강제노동을 금지한 105호(1957)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ILO 협약 이행의무라는 관점에서 보면 98호를 뺀 나머지 3개 협약 모두 국가가 의무의 주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87호가 말하는 결사의 자유는 노사 단체의 결성과 운영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금지한 것이다. 29호와 105호는 노동자와 사용자 등 시민에 대한 국가의 권력남용과 폭력을 금지한 것이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금지한 98호 내용들은 이미 현행 법령에 충실하게 반영돼 있다.

따라서 미비준 기본협약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고 관련 내용을 마련할 주체는 문재인 정부이지, 노사 단체가 아니다. 공노비와 사노비 해방령처럼 국가가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법·제도를 개폐해 집행하면 되는 것이다. 기본협약 비준과 이에 따른 법 개정 문제를 노사 단체가 '사회적 대화(?)'로 풀라는 대통령의 무책임한 태도는 노예제도 타파를 주인님과 마당쇠가 머리를 맞대고 앉아 타협책을 마련해 보라는 태도와 같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로 이어지는 ILO 협약 비준 역사를 볼 때,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보다 못하며 박근혜 정부와 쌍벽을 이룬다. 선원 관련 2개 협약이 해사협약으로 통합된 걸 고려할 때, 사실상 박근혜 정부도 ILO 협약을 하나도 비준하지 않은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 초기인 2003년 4월 비준한 협약은 김대중 정부가 준비한 덕분에 거둔 결실이다. 그런 점에서 김대중 정부는 13개를 비준했고, 가장 친노동적 대통령이었다는 노무현 정부는 달랑 4개만 비준했다.

청와대 정책실장과 여당 원내대표가 "관료들이 집권 4년차처럼 군다"고 푸념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압승에 도취된 정부·여당이 극우 자유한국당과 협치한다며 노동자·서민을 위한 개혁을 게을리한 후과다. 이 '푸념'이 사실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올해가 마지막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내년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될 가능성은 없다. 정세를 살펴볼 때 현 정권하에서 노예노동(slavery labour)의 폐지를 목표로 하는 기본협약은 고사하고 ILO 일반협약 비준도 박근혜 정권의 기록, 0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유구무언이다.

글로벌 인더스트리 컨설턴트 (globalindustryconsult@gmail.com)

윤효원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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