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9.16 월 08:00
상단여백
HOME 사회ㆍ복지ㆍ교육 노동복지
"육아휴직 쓰고 싶어도 대체인력 없어 포기해요"한국노총, 중소기업 노동자 일·생활 균형 위한 현장 정책제언 집담회
<한국노총>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육아휴직을 2년간 사용했다는 이유로 부산에서 서울로 원거리 발령을 했습니다. 5개월간 빈 사무실에 홀로 배치한 뒤 업무를 주지 않았어요.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일은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한 뒤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겁니다. 그 이유가 5개월간 문제제기 없이 월급을 수령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장환 민주제약노조 정책실장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일·생활 균형을 위한 현장 정책제언 집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에 따르면 2017년 8월 육아휴직에서 복귀했던 다국적 제약회사 영업직 노동자는 결국 퇴사를 선택했다. 그렇지만 민주제약노조는 무혐의 처분을 한 서울중앙지검 결정에 불복해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무용지물이 된다. 노조가 이런 현실을 방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먼 나라 '워라밸'

다국적 제약회사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정책은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 최미영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열악한 현실과 맞물려 노동시간단축이 실현 가능한지 의심스럽다"며 "그렇지만 해결방안을 찾아서 조금씩이라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이번 집담회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날 집담회는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현장노동자들의 고충이 주로 다뤄졌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생산하는 효성TNS 소속 노동자 A씨는 "지금은 고등학생이 된 자녀가 있다"며 "출산 당시만 해도 '임신은 곧 사직'이었는데 지금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이 당연한 직장문화가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A씨는 "회사가 대체인력을 충원하지 않아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특히 남성의 경우 육아휴직을 결심해도 불이익을 우려해 대체로 포기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서야 처음으로 남성직원 중 육아휴직자가 생겼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동료에게 미안해서 말도 못 꺼내는 현실"

국기원에서 일한다는 B씨는 "아이가 현재 14개월인데 아내와 육아부담을 나누려 육아휴직을 생각했지만 바로 포기했다"며 "같이 고생하는 부서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육아휴직을 쓰겠다는 말도 못 꺼냈다"고 토로했다. 국회 시설관리 노동자 C씨는 "24시간 3교대로 운영하는데 1명이라도 빠지면 남은 사람들이 12시간씩 주야 맞교대를 해야 하는 곳도 있어 육아휴직은 꿈도 못 꾼다"고 전했다. 그는 "국회 공무원과 달리 용역회사 소속인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법에 있는 대로 해 달라는 말도 하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제기된 문제점들을 바탕으로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적합한 △임신·출산휴가 △육아휴직 △노동시간 △돌봄지원 정책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한다는 계획이다.

김미영  ming2@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미영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