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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병원 정규직 전환 '제로' 무엇이 문제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취임한 뒤 첫 현장방문지인 인천공항에서 비정규 노동자를 만나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실행했다. 취임 2년이 지났지만 정규직 전환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 생각대로 되지 않는 듯하다. 정규직 전환이 완료됐어야 할 1단계 대상자마저 아직 비정규직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곳도 있다. 국립대병원 비정규 노동자들이 그렇다. 노동자들 얘기를 들었다.

▲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장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노동자는 희망고문 중이다
정재범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장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선포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전국 13개 국립대병원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희망은 희망고문으로 바뀌고 있다.

병원 내 모든 업무는 환자 안전·의료서비스 질과 직결되는 상시·지속업무이자 생명·안전업무다. 청소, 주차, 경비, 산소공급, 가스, 시설안전관리, 조리·배식, 안내, 환자이송, 콜센터 업무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국립대병원이 이들 업무를 파견·용역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다.

부산대병원은 간접고용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기구를 구성했지만 협의기구 회의에서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을 제안했다. 하지만 자회사는 현재 용역회사와 다를 것 없다. 노동조건 개선과 차별 해소는 요원해지고, 자회사 관리자 자리는 병원 간부의 자리 만들기용으로 전락할 것이다. 불법파견 문제와 위장도급 논란에서 자유롭지도 않을 것이다. 시설·청소업무부터 시작된 자회사는 각 업무로 확장돼 국립대병원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영리사업이 횡행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 약속을 국립대병원에서부터 지켜야 한다. 같은 병원에서 일하면서도 수시로 업체가 바뀌고, 매년 근로계약서를 써야 하는 고통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 박일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민들레분회장

정규직 전환한다더니 6개월 비정규직 신분으로 전락
박일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민들레분회장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이야기가 나온 것이 2017년 5월이다. 경북대병원은 정부의 정규직 전환 지침에 따라 1단계 전환 대상 기관이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 논의를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지난해 11월이다. 그것도 분회가 파업을 하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에 성사됐다. 병원은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든 말든 꼼짝도 하지 않았다.

어렵게 구성한 협의체는 일곱 번 회의를 했지만 전환 대상자 선정을 두고 한 발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병원 최고관리자는 회의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서울대병원에서 결론이 나오면 따라하면 된다”고 했다. 경북대병원이 서울대병원 캠퍼스인가.

논의가 지연되면서 용역노동자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정규직 전환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2년을 보내며 감정을 소비했다. 전환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용역회사와 6개월 고용계약을 연장하며 일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한다고 했는데 왜 우리는 6개월 단기계약 비정규직이 돼 버린 것인가. 왜 이전보다 더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나.

우리는 병원의 핵심업무를 한다. 병원 곳곳을 청소하는 것은 환자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용역회사 관리자가 아니라 병원 간호사가 우리에게 직접 업무를 지시하는 것 아닌가. 용역노동자 385명이 정규직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청소·주차관리·시설물관리·사무보조원 등 병원운영에 꼭 필요한 곳에서 일하고 있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율 0%인 상황에 분노하며 21일 파업을 한다. 정부와 병원들은 노동자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 이연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민들레분회장

말만 앞세우고 실천하지 않는 정부
이연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민들레분회장

서울대병원과 분회는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위한 노·사·전문가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청소·주차·경비·설비와 같은 비정규직 전체가 논의 대상이다. 임대업체(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대병원은 자회사만을 고집하고 있다. 자회사의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물었더니 고용이 안정된다고 한다. 지금 비정규직도 단체협약을 통해 고용은 이미 안정된 상태다. 서울대병원은 직접고용에 돈이 많이 든다고 한다. 훗날 정권이 바뀌면 다시 비정규직이 된다고 얘기한다.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여러 국립대병원이 서울대병원 눈치를 보고 있다. 일부 국립대병원은 노조와 비정규직 직접고용에 뜻을 모았지만 서울대병원 때문에 발표를 못하겠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때문에 다른 국립대 병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의가 방해받고 있는 것이다.

5월21일 전체 국립대병원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기로 했다. 분회도 내일 지방노동위원회에 간다. 서울대병원 비정규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할 것이다. 국립대병원 비정규직들은 상시·지속업무를 한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무척 훌륭하다. 하지만 병원 전체 환경은 비정규직이 책임진다. 우리가 하루만 일을 멈춰도 위생이 중요한 병원이 사실상 쓰레기장이 된다. 무균실을 예로 들겠다. 전염·감염병 환자가 있는 곳이다. 그곳에 청소를 하러 들어갈 때 병원은 어떤 안내도 하지 않는다. 청소노동자들이 거꾸로 병원에 물어본다. 병원은 “환자 프라이버시”라며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곳을 청소한 노동자들이 전염병을 다른 병실로 옮길지도 모른다. 환자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직접고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말만 앞세우는 정부다. 실천을 하지 않는다. 시민들이 든 촛불로 당선한 대통령이라 기대가 컸지만 아픈 곳을 짓밟는 정부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정부에 의지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다.

▲ 윤병일 공공연대노조 분당서울대병원분회장

진짜 사장 문재인 대통령이 정규직화 제대로 하라
윤병일 공공연대노조 분당서울대병원분회장

분당서울대병원은 국립대병원 중 비정규직 규모가 가장 많은 병원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발표 직후 파악된 바로는 기간제 노동자 포함 비정규직이 1천800명 규모여서 “분당서울대병원은 비정규직 천국”이라는 불명예스런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런데 분당서울대병원은 파견·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방식을 논의하면서 자회사 방식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업무를 핵심업무와 비핵심업무로 나누고, 비핵심업무는 자회사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비핵심업무 종사자에는 시설·미화 노동자들이, 핵심업무 종사자에는 병동 간호보조원무과 직원 등이 포함돼 있다. 병원은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모든 업무와 직종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특성이 있는데, 이런 병원의 특성을 무시한 처사다.

공공기관 진짜 사장이 과연 누구인가. 문재인 대통령 아닌가. 정규직 전환 문제는 다른 어떤 정책보다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 정부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절박한 심정으로 파견·용역 노동자 스스로의 힘으로 직접고용 정규직화의 돌파구를 열어 가겠다.

▲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안전한 병원 운영체계 확산은 국립대병원이 수행해야 할 책무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다양한 파견·용역 노동자들이 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이들은 청소·급식·시설관리·환자이송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병원의 모든 업무는 환자 치료와 안전을 위해 상호 유기적으로 연관돼 있다. 어느 하나의 업무도 따로 떼어 낼 수 없다. 모든 업무가 환자 안전 및 의료서비스 질과 직결돼 있다.

예를 들어 병원 청소업무는 일반적인 시설 청소와 성격이 다르다. 병원 청소는 환자 안전을 위한 감염관리의 시작점이다. 병원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병원은 세균·바이러스·곰팡이 등에 취약한 환경이 되고, 이는 면역이 저하된 환자들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병원 청소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뤄져야 하고, 병원 감염관리 부서의 통합적인 관리하에 병원 다른 노동자들과 유기적으로 의사소통하며 진행돼야 한다.

이는 분절화된 업무 통제관리, 의사소통 체계를 갖고 있는 외주업체를 통해서는 달성할 수 없는 과제다. 병원이 병원 업무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도록 하기 위해 국립대병원이 먼저 나서야 한다. 안전하고 질 높은 병원 운영 체계를 만들어 다른 민간병원에 확산시켜야 하는 책임이 국립대병원에 있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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