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년 전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2단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다수 기관이 자회사 고용 방식을 취하면서 잡음이 발생한 데 이어 3단계 전환이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목소리다.

정부는 올해 2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실적 및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을 발표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3단계 과제인 민간위탁 분야의 정규직 전환을 각 기관 자율로 추진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공공부문 민간위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방안’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민간위탁을 개선할 의지가 없음을 표명했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토론회는 민주노총 공공비정규파업위원회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주최했다.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 노동계 의견수렴 안 돼"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제에서 정책추진방향을 가리켜 “사실상 상시·지속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포기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개별기관·부처 단위에서 자율적으로 민간위탁 사무의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도록 할 경우 직영화 필요 여부 자체가 의제로 상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민간위탁의 직접고용 전환을 사실상 배제하면서, 용역과 민간위탁의 구분기준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도 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민간위탁 전환은 용역과 달리 복지·문화·교육 등 정책 차원에서 검토돼야 할 사항이라고 정해 사실상 직접고용 전환을 배제했는데 민간위탁과 용역 구분기준은 상당히 자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추진방향에는 구분기준과 관련해 ‘용역은 해당기관 내부에서 청소·경비 등을 수행하는 인력에 대한 인사경영에 관한 결정, 민간위탁은 공공서비스 정책 수행방식 변경에 관한 정책적 결정’이라고 명시돼 있다.

그는 정부가 1단계 오분류 사무 재검토 범위를 축소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실내청소·경비 등 1단계 전환 대상자임이 명확함에도 개별기관에서 3단계 민간위탁 사무로 분류해 정규직 전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무는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는 “오분류한 사무에 실내청소·경비 등 일부 직종만을 예시하고 있어 협소하게 적용될 우려가 있다”며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무는 1단계 오분류 사무로 분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20년 동안 추진된 공공부문 정책 골격 바꿔야"

토론자들은 다양한 정책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노·정이 모여서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어떤 것을 위탁하고 어떤 것은 위탁이 안 되는지 결정할 수 없다”며 “정부는 정부 고유업무는 외부에 위탁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불가피하게 민간위탁해야 한다면 장기적 차원에서 민간위탁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지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며 “비용절감 여부를 따질 때 민간위탁의 사회 파급력까지 포함해서 계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동안 추진됐던 공공부문 정책 기본 골격을 바꾸고 과거 정책을 입안한 정부 관료들의 높은 벽을 돌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민간위탁 문제와 관련해 노조도 입체적 전략을 가지고 정부에 구체적인 정책들을 이야기하며 끌고 갈 필요가 있다”며 “전환이 안 된 곳은 왜 안 됐는지 끈질기게 잡고 늘어져야 하고 특히 생활폐기물 수집·운반업무의 직접고용에는 노조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병희 고용노동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장은 “민간위탁 구조에서 고용불안이나 과도한 이윤추구, 비리의혹, 비용증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행정 수요는 늘어가고 있지만 공공부문이 인력과 예산을 쉽게 늘리기 어렵다는 한계 속에서 효율성 등에 치중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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