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박선욱 간호사의 유가족과 시민단체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특별근로감독을 하지 않는 이유를 알려 달라"며 공개질의를 했다.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규명과 산재인정 및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아산병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장관이 답변을 해 달라"고 밝혔다.

공동대책위는 박 간호사 죽음과 관련해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을 노동부에 고발했다. 특별근로감독을 해서 태움문화 같은 직장내 괴롭힘 실체를 밝히고 장시간 노동과 시간외수당 미지급 의혹을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올해 3월 초 근로복지공단이 고인의 죽음을 업무상재해로 판정하자 이를 근거로 다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노동부는 이날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고인의 이모인 김윤주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카의 죽음은 산업재해로 밝혀졌지만 현장 간호사들은 아직도 장시간 연장근무를 하면서 수당을 받지 못하고 휴식과 식사를 거르고 일한다"며 "힘든 노동환경에 내몰리는 간호사들을 외면하지 말고 제2의 박선욱이 나오지 않도록 (노동부가)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는 공동대책위에 편지를 보내왔다. 그는 편지에서 "일자리가 있어 다행이고 일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라, 여자가 이 정도 버는 직종이 어디 있느냐며 수많은 연장근무를 하고 많은 교육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박선욱 간호사 죽음 이후 교육간호사를 배치하고 있지만 간호인력 확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증언했다.

공동대책위는 "서울아산병원은 공식사과를 하지 않고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을 하지 않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노동부 장관과 문재인 정부는 산재를 막기 위해 살인기업을 처벌해야 한다는 유가족의 요구에 성실히 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인은 지난해 2월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병원내 괴롭힘 문화가 죽음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올해 3월6일 업무상재해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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